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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아틀리에
"이 책이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단순한 감상을 들려주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림'에 주목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딴청'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림책'이라기보다 '이야기책'이라는 운명을 가진 것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인상파의 그림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다, 그 그림과 화가에 얽힌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인상파의 미학이나 그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네의 뮤즈가 누구였고, 모네는 어떻게 살았으며, 드가는 왜 결혼하지 않았는지, 이런 '뒷담화'을 소곤거리며 들려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 이택광,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중에서
이택광 교수가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해오던 '오늘의 미술 - 인상파 아틀리에'를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로 엮어냈다.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와 『중세의 가을을 거닐다』로 미술에 관한 색다른 해석을 이끌어냈던 이택광 교수가 인상파 파리의 풍경을 함께 거닐고자 한다. 한 시대를 빛과 자연으로 빚어낸 인상파 파리지앵들. 이택광 교수의 가이드를 따라 이들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19세기 파리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작품 너머로, 인상파들의 아방가르드한 삶을 들춰내는 속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이택광이 이야기하는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우리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은 이제 하나의 고급 상품으로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겉모습이라기보다, 이처럼 당대의 현실과 치열하게 대결하면서 현재성의 예술을 정립하고자 노력했던 실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실천의 과정은 생각처럼 그렇게 화려하거나 멋있는 광경을 펼쳐 놓지 않는다. 드가처럼 여성혐오주의자가 있었고, 모네처럼 허세를 부리던 댄디도 있었다. 사생활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던 마네로부터 평생 가난에 시달리면서 모든 세상의 불행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던 시슬레도 있었다.
그러나 피사로나 모리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파의 사명과 이념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화가들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뒤랑-루엘 같은 불굴의 집념을 가진 화상도 인상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나는 화석으로 남아 있는 인상파의 삶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다시 되짚어보는 이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일 것이다. 이들은 결코 예술을 위해 몸바친 순교자도 성자도 아니었다. 이들도 우리처럼 개인의 열정과 자본주의의 삶을 서로 조화시키고자 부단하게 노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모네를 제외하고 절대 가난과 이로 인한 만성 우울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후일 인상파에 영향을 받은 반 고흐와 고갱이 화가공동체를 꾸려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도 이런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택광(문화비평가, 경희대 교수)
부산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연구에 흥미를 느껴 영국 워릭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셰필드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문화이론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9년 영화주간지 『씨네 21』을 통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미술, 영화, 대중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며 활발히 비평 활동을 해왔다. 특히, 시각예술과 대중문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치사회문제를 해명하는 작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는 등 문화비평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