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신비는 둘이 아니다.
최초의 예술은 주술적 기능과 영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은 단순한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제의의 수단이자 목적이었으며,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주술적 힘을 가진 매체였다. 즉, 예술은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영적 매개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이 같은 교감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인간을 신과 자연으로부터의 독립된 주체로 세우려 한 모더니즘의 세계관은, 인간을 자연과 생명 위에 군림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렸고, 그 결과 예술은 단순한 오락과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적인 감응과 교감의 길을 상실한 인간에게 남은 것은 결국, 자기 소외라는 거대한 수렁이었다.
본 강좌에서는 현대의 인간이 상실해버린 영적 감수성과 신화적 상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고대라는 시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신화 이미지에 내재한 원형적 상상력을 매개로, 숨겨져 있는 원형적 힘과 내 안에 잠재된 오래된 생명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 넣으려 한다. 이로써 예술에 신비가 있다고 말하는 것, 더구나 예술이 그 신비의 구현이라고 말하는 것이 시대착오적 환상이 아님을 밝히고자 하며, 나아가 소외와 단절로 고통 받는 현대의 삶에 대한 치유책이 될 ‘마법의 언어’를 모색하고자 한다.
김융희(미학자)
서강대에서 철학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학과 예술론, 신화와 상상력을 가르쳤다. 지금은 학교 밖으로 나와 명함 없는 자유인으로서 역시 강의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글로 배운 지식들 너머 몸과 감성으로 체득하는 공부를 통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길을 찾는 중이다. 감성과 아름다움, 꿈과 환상, 예술과 창조성, 몸과 자연에 대한 공부와 향유가 삶의 테마이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빨강: 매혹의 에로티시즘에서 금기의 레드 컴플렉스까지』, 『검은 천사, 하얀 악마: 흑백의 문화사』,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가 있으며 그 밖에 여럿이 함께 지은 책으로 『철학, 예술을 읽다』,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