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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누구나 가슴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영화가 한 편쯤 있지 않은가? 연인과의 데이트, 휴일을 즐겁게 보내고 싶거나, 힘든 시험이 끝나 머리를 식히고자 할 때, 우리는 영화관을 찾는다. 관심 있는 영화가 개봉되면 놓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또한 조용한 새벽, dvd나 비디오로 소장하고 있는 ‘내 인생의 작품’을 몇 번씩 돌려보며, 맥주 한 캔 들고 고독한 시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생역정은 소설이나 연극보다 더욱 현실적이기에, 내 피부에, 내 심장에 그대로 와 닿는다. 이렇듯 영화는 현대인을 울리고 웃기는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대중예술이자, 하나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
영화는 우리에게 흥미와 감동을 선사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미만으로 의미를 추적하거나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쳐 바라보기에는, 우리의 삶과 연관된 광범위한 성찰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지난 밤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쓰려고 하면, 의미의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든다. 익숙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은 영화라는 예술에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영화로 철학하기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좋다. 영화는 그렇게 전혀 다른 우리를 느슨하지만 따스하게 엮어준다. 좋은 영화는 스크린 위에서 상영될 때보다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상영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을 쓰며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서 매번 새로운 빛깔로 상영되는 영화의 힘을 감지했다. 아련하게 멀어져가는 영화의 기억을 생생한 감동으로 되살려준 멘토, 그것은 바로 ‘철학’의 메시지였다
- <시네필 다이어리> 중에서
이 수업은 <쇼생크 탈출>, <본 아이덴티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굿 윌 헌팅> 등 우리가 즐겨 보았던 명작 4편을, 미셀푸코, 조셉 캠벨, 니체, 수전 손택과 연결시켜 이해해 보도록 한다.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를 읽어내는 ‘시네필 다이어리’를 함께 작성해 보지 않겠는가? 일상에서 순간을 포착해내는 감수성은 성숙해지고, 미처 몰랐던 다양한 질곡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영화는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 우리는 수용자에서 창조자로 선회할 수 있다. 다이어리의 목록을 채워갈 명작이 수북히 쌓여 있는 황홀한 현실 - 얼마나 행운인가!
정여울(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봄 <문학동네>에 「암흑의 핵심을 포복하는 시시포스의 암소―방현석론」을 발표하며 평론가로 데뷔한 이후, 「공간」, 「씨네21」, 「GQ」, 「출판저널」, 「드라마티크」 등에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글을 기고해 왔다. 2013년 '전희숙 문학상'을 수상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플러스' '문화야 놀자' 등에 게스트로 출연 하였으며, 국악방송에서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을 진행하였다. 강의와 글쓰기를 통해 영화로 철학하는 즐거움, 문화를 읽는 키워드 등을 소개했고, 요즘은 철학, 문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삶을 성찰하는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