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모르는 자가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한 오늘날, ‘디지털’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 되었다. 이미지를 텍스트로, 텍스트를 다시 이미지로 변환하는 디지털 기술은 일상으로 체험된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 이미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제는 글자가 아닌 이미지를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전통적인 철학은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했다. 플라톤 같은 관념론자든, 데모크리토스 같은 유물론자든, 모든 철학자들은 가상의 베일 뒤에 숨은 참된 실재를 찾으려 했다. 디지털화된 오늘날도 역시 그러할까? 이 강좌의 1강에서 4강까지는 디지털 문화의 ‘파타피직스’, 즉 ‘가상과 현실 사이의 존재론적 중첩 상태’를 탐구한다.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20세기 중반 유럽의 지성계를 풍미하던 신학문으로,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혹은 과학)을 가리킨다. 디지털의 문화는 파타피직스 그 자체이다. 전통적인 철학과는 달리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 사이의 단절을 봉합선 없이 이어주기 때문이다. 가상, 상상이 기술에 힘입어 현실이 되는 지금, 우리는 디지털 문화의 파타피직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강좌를 통해 고민해보자.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
이 강좌의 5강에서 8강까지는 ‘언캐니’를 주제로 한다. ‘언캐니(uncanny)’는 ‘섬뜩함’을 뜻한다. 우리는 가짜는 가짜고, 진짜는 진짜라 구분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애매하고, 현실과 가상이 중첩됨을 느낄 때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실재도 아니고 가상도 아닌 이 유령 같은 존재가 발산하는 으스스한 느낌. 그것이 디지털 이미지 특유의 ‘푼크툼’(punctum)이다. 18세기에 ‘숭고’의 감정이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의 세계 감정을 특징짓는 미적 범주는 ‘언캐니’라 할 수 있다.
미학 이후의 미학인 디지털 미학, 미디어 미학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쉬지 않았던 진중권. 그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등장한 제2차 영상문화, 제2차 구술문화를 여덟 번의 강의로 횡단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읽는 데 환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 참고문헌
『이미지 인문학』1, 2 (천년의 상상, 2014)
진중권(미학자,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하다 1999년 귀국하여, 인터넷과 언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비판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탁월한 논리, 신랄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글쓰기와 언변으로 유명한 그는 가장 대중적인 ‘논객’인 동시에 뛰어난 ‘미학자’로서 『미학 오디세이 1,2,3』를 비롯, 다수의 미학관련 저서를 집필하였다.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 교수,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