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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부디 이 열두 권의 책이 150년 전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전달했기를 바랍니다." 고병권이 3년 대장정 끝에 완성한 마르크스 『자본』 읽기 12회 강연 중 후반부 6강이다. 7강부터 12강까지, 『자본』 1권의 후반부—상대적 잉여가치, 기계제 대공업, 임금, 자본의 재생산, 자본축적, 시초축적—를 다룬다.
『자본』은 악명 높은 난독서다. 두껍고, 어렵고, 19세기 영국 공장의 통계 수치들로 빼곡하다. 하지만 고병권은 말한다. 최대한 쉽게 쓰고, 최대한 자세히 쓰고, 최대한 깊이 읽어내고, 최대한 많이 읽어내자고. 그의 『자본』 읽기는 단순한 해설이 아니라 함께 걷는 여정이다.
이 2부는 『자본』의 가장 실천적인 부분을 다룬다. 1부가 상품, 화폐, 잉여가치의 '비밀'을 폭로했다면, 2부는 그 비밀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자본가는 어떻게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착취를 강화하는가? 기계는 왜 노동자를 해방시키지 못하는가? 임금 인상은 왜 착취의 본질을 바꾸지 못하는가?
7강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에서는 상대적 잉여가치의 비밀을 푼다. 자본가는 협업과 분업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면서도, 그 증가분을 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가져간다. 8강 "자본의 꿈 기계의 꿈"에서는 기계제 대공업을 분석한다. 기계는 노동을 덜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착취를 강화하는 무기가 되었다.
9강에서는 임금을 다룬다.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라는 도발적 제목이 암시하듯, 노동자가 받는 것은 '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력의 가치'다. 이 구분이 착취의 비밀이다. 10-11강은 자본의 재생산과 축적을 다룬다. 자본이 재생산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가난도, 착취 관계도, 노동자의 종속도 함께 재생산된다.
마지막 12강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는 시초축적을 다룬다. 자본의 창세기, 그 첫 문장은 이것이다. "태초에 수탈이 있었다!" 포겔프라이(vogelfrei)는 '새처럼 자유로운'이라는 뜻이지만, 실은 '날짐승처럼 쫓겨난'을 의미한다. 땅에서 쫓겨나 자유로워졌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래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존재. 그것이 프롤레타리아다.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로, 제도권 밖에서 마르크스를 읽고 가르쳐온 고병권. "『자본』을 읽고 세상을 읽고자 하는 프롤레타리아인 당신"에게 그가 건네는 『자본』 읽기의 후반부 여정.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매력은 고병권 특유의 언어다. 그는 마르크스의 딱딱한 정치경제학 용어를 생생한 우리말로 번역한다.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 "자본의 꿈 기계의 꿈", "임금에 관한 온갖 헛소리",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각 강의 제목만 봐도 내용이 궁금해진다.
7강은 상대적 잉여가치라는 난해한 개념을 '특별잉여가치'와 '착취의 진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절대적 잉여가치(노동시간 연장)로 한계에 부딪친 자본가가 이제는 노동생산성을 높여 착취를 강화한다. 협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거인의 힘으로 일하지만, 임금은 여전히 난쟁이 몫만 받는다. 이 "함께에 대한 배신"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8강 기계론은 이 강의의 백미다. 기계와 도구의 차이, 매뉴팩처와 기계제 생산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한 뒤, 기계가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추적한다. 기계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자본주의에서 기계는 노동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철저히 지배하는 수단이 된다. "부분노동자"에서 "기계노동자"로, 다시 "부품노동자"로. 노동자는 점점 더 기계의 부속품이 된다.
9강 임금론은 현재를 사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실감나는 주제다. 시간급과 성과급의 차이, 불불노동(지불되지 않은 노동), 노동력의 가격과 노동의 가격 구분. 임금 인상 투쟁이 왜 중요하면서도 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를 이해하게 된다.
10-11강은 재생산과 축적을 다룬다. 자본 축적은 단순히 부의 축적이 아니다. 한쪽에는 자본의 축적, 다른 한쪽에는 빈곤의 축적. 이것이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이다. 산업예비군 개념, 상대적 과잉인구, 포섭(subsumtion)과 소외(alienation) 개념들이 등장한다.
12강은 시초축적이라는 폭력적 기원을 다룬다. 인클로저 운동, 토마스 모어의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유명한 구절, 교회 재산 몰수, 국채 시스템, 식민지 약탈. 자본의 탄생은 피로 얼룩져 있다. 니체의 "잔인한 기억술"을 인용하며 고병권은 폭력이 어떻게 제도가 되고 법이 되고 일상이 되는지 보여준다.
강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의 시점'이다. 고병권은 『자본』을 자본가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노동자의 관점에서 읽는다. 통계 수치 뒤에 숨은 노동자들의 목소리, 공장법 투쟁의 역사, 페니언 운동 같은 저항의 기록들을 생생히 복원한다.
■ 추천대상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최적의 입문서다. 고병권의 쉽고 명쾌한 설명 덕분에, 『자본』이 더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라 함께 탐험할 수 있는 미로가 된다. 1부(1-6강)를 먼저 듣는 것이 좋지만, 2부만 들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자본』을 혼자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고병권과 함께 읽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장벽들이 하나씩 허물어진다. 그가 『자본』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고, 중요한 지점마다 멈춰 서서 의미를 되새긴다.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이론적 무기를 제공한다. 임금 인상 투쟁을 왜 해야 하는가, 하지만 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기술 혁신이 왜 노동자를 해방시키지 못하는가? 산업예비군은 어떻게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키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마르크스의 답을 듣게 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익하다. 주류 경제학이 당연시하는 전제들—임금은 노동의 대가다,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이롭다, 경제 성장은 빈곤을 해결한다—을 근본부터 의심하고 재검토하는 비판적 시각을 얻게 된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8-12강은 특별하다. 19세기 영국 공장의 구체적 모습, 인클로저 운동, 식민지 약탈, 아일랜드 기근. 『자본』은 추상적 이론서가 아니라 구체적 역사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본』을 읽고 세상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는 이렇게 사는지, 다른 삶은 가능한지. 이런 근본적 질문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자본』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텍스트다.
■ 수강팁
6강이 각각 독립적 주제를 다루지만,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다. 상대적 잉여가치 → 기계 → 임금 → 재생산 → 축적 → 시초축적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 원문을 옆에 두고 수강하면 훨씬 좋다. 고병권이 인용하는 대목들을 직접 확인하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 번역본은 김수행 번역(비봉출판사)이나 강신준 번역(길)이 있다.
각 강의마다 다루는 개념들이 많으므로 노트 정리가 필수다. "절대적 잉여가치 vs 상대적 잉여가치", "협업-매뉴팩처-기계제", "시간급 vs 성과급", "단순재생산 vs 확대재생산" 같은 대조 개념들을 표로 정리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8강 기계론은 특히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이 부분이 『자본』 1권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장이다. 필요하면 두 번 듣는 것도 좋다. 기계가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될 때와 비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될 때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12강 시초축적 부분을 들을 때는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 『인구론』을 쓴 맬서스 같은 인물들의 배경을 미리 알아두면 좋다. 시초축적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폭력적 본질을 보여주는 알레고리다.
고병권의 『북클럽 자본』 시리즈 7-12권을 병행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강의에서 다루지 못한 세부 내용과 추가 해설이 담겨 있다.
■ 마치며
"노동자의 운명은 목숨을 건 도약이다. 살토 모르탈레!" 이 강의 소개에 나오는 이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살토 모르탈레(salto mortale)는 곡예사의 공중제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노동자는 매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실업과 고용 사이, 빈곤과 생존 사이, 굴종과 저항 사이.
마르크스가 『자본』을 쓴 것은 150년 전이다. 영국 공장의 방적기, 증기기관, 아동 노동, 12시간 노동일. 모두 19세기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2020년대를 사는 우리가 『자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동자는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는다." 협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엄청난 생산성을 만들어내지만, 그 과실은 소수가 가져간다. 기계는 더 발전했지만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은 24시간 우리를 노동에 연결시킨다. 임금은 올랐지만 착취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고병권은 말한다. "150년 전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전달했기를 바랍니다." 그 불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 다른 삶을 상상하는 용기, 착취에 저항하는 힘이다.
『자본』은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책이다. 마지막 장에서 마르크스는 "부정의 부정"을 말한다. 자본가가 소생산자를 수탈했듯이, 이제는 노동자가 자본가를 수탈할 차례다. 역사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 새처럼 자유로워졌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존재. 그러나 바로 그 아무것도 없음이 새로운 시작이다. 잃을 것이 없기에 두려울 것도 없다. 『자본』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바꿀 힘을 얻는 일이다.
고병권(사회학자)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서유럽에서 근대 화폐구성체의 형성」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학문자율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니체와 들뢰즈 및 민주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문제들을 연구하며 집필, 강연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마르크스, 니체, 루쉰, 스피노자 등을 함께 읽고 공부하며 살아간다.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