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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유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김진영 교수의 아도르노 강좌가 시작된다. 아도르노에게 사유는 관통이고 굴착이고 천공이고 무엇보다 버티기였다. 절망적인 시대의 상황과 맞서고자 하는 사유는 언제나 가망 없는 딜레마와 더불어 천공의 여행을 시작한다.『미니마 모랄리아』를 읽어나가면서 상처라는 허파로 숨을 쉬는 법, 즉 새로운 사유의 단초를 마련해본다.
산다는 건 숨을 쉰다는 것이다. 숨을 쉰다는 건 구멍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살만하지 못한 세상이란 무엇일까. 그건 구멍이 다 막혀버린 세상, 숨을 쉴 수 없는 세상이다. 살자면 그래도 숨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구멍으로? E. 카네티는 말한다: '상처는 허파다 (Wunde ist Lunge)' ('함스테이드에서의 기록들') 구멍들이 다 막혀도 삶 안에는 마지막까지 남는 구멍이 있다. 그건 상처라는 이름의 구멍이다. 이 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건 그러나 특별한 사유와 실천의 기술들이 필요하다.
아도르노의 철학 에세이 『미니마 모랄리아』의 부제는 '상처받은 삶에서 나온 성찰들'이다.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적 사유가 구체적 생의 현장들과 맞부딪히는 이 에세이 안에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기만성과 그 안에서 상처 받은 삶의 속살들이 절개 된 뱃속 풍경처럼 용서 없이 드러나 있다. 이 풍경이 오래 전 먼 나라의 풍경일 뿐일까? 아니면 지금 여기 우리의 세상과 삶의 뱃속 풍경일까?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