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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루카치의 레닌
루카치는 1924년에 쓴 『레닌: 사상의 통일성에 관한 연구』서언에서 '레닌의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개략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책의 기본 의도를 설명한다. 더 구체적으로 그의 의도는 레닌을 마르크스에 버금가는, 어떤 면에서는 마르크스를 이어받아 더 발전시킨 혁명적 사상가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루카치가 말하는 레닌의
위대함의 핵심은 마르크스주의 이론(보편)을 구체적인 정치적 실천(특수)에 변증법적으로 적용한 데 있다. 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 측면에서는 레닌이 내용상으로 새롭게 기여한 바는 없다고 한다. 예컨대 제국주의론의 경우에도 레닌은 경제이론가로서도 로자 룩셈부르크나
힐퍼딩의 전문성에 뒤떨어지지만 그것을 당대의 정치적 실천에 적용하는 데에서 탁월함을 보인다.
루카치는 레닌에게 마르크스에게서도 보이지
않았던 측면이 있기에 레닌이 유물 변증법의 발전에서 새로운 국면을 나타낸다고 본다.
알렉스의 레닌
“21세기에 레닌은 좌파에게 할 말이 있는가?”
- Alex Callinicos, ‘Leninism
in the Twenty-first Century? Lenin, Weber, and the Politics of Responsibility’,
Lenin Reloaded: Towards a Politics of Truth, p19, Duke University,
2007
이 물음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국면, 즉 세계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물음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이
저항들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좌파 중 일부 강력한 경향들은 확실히 레닌의 전위 정당 개념과는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매우 탈집중화한 조직 형태를 추구한다. 정말이지 아나키스트들은 때로 이런 사상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권위주의자라고 부르며 반자본주의 연합체에서 배제하고자 한다.”
지젝의 레닌
지젝은 라캉의 행위(act) 이론의 맥락에서, 또한 헤겔의 보편-특수 변증법의
맥락에서 레닌의 실천 행위를 파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레닌의 행위는 ‘가능한 실천의 모색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위이며 이러한 것만이 진짜-행위(real-act), 혹은 실제의 행위(the act of the Real)이다.
행위는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를 판단하는 우리의 현실 좌표 자체를 바꾸어놓는다. 요즘은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적극적 행위에의 요청에 마치 강박처럼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지젝은 가능한 무엇인가(대안?)를 쳇바퀴 돌듯 행함으로써 혁명적 변화를 오히려 유산시키는 이른바 ‘사이비-행위들’로부터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한다. “학습하라, 학습하라 그리고 학습하라!”
알튀세르의 레닌
「헤겔 이전의 레닌」(1969. 4)에서 알튀세르는 자신이 1년 전에 했던 강의 「레닌과 철학」 에서의
발견을 7가지 명제로 정식화하겠다고 말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레닌과 철학」은 1968년 2월에 작성된 글이다.
한글판은 모두 이 문헌을 1982년 판본에서 옮겨오고 있다.『레닌과 철학』(백의, 1991)의 이진수의 번역은 1982년 Maspero 판[
Lenine et la philosophie suivi de Marx et Lenine durant Hegel]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레닌과 러시아 혁명』(그린비, 2008)에 재번역된 진태원의 번역은 1982년 Decouverte
판[Lenine et la
Philosophie]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 두 글이 알튀세르가 레닌을 전유하는 대표적인 두 문헌인데, 보는 바처럼 그는 철학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레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알튀세르의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나 「4월 테제」가 아니라 『유물론과 경험비판론』(1908) 및 『철학 노트』(1914~5)이다. 알튀세르는 1년여의 시간적 거리를 두고 「레닌과 철학」에서는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을 「헤겔 이전의 레닌」에서는 『철학 노트』를 분석한다.
네그리의 레닌
네그리는 레닌의 핵심적 통찰이 제국주의가 독점자본주의라거나 독점자본주의가 제국주의 전쟁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을 입증한 데 있었다기보다 바로 그 제국주의 전쟁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며, 제국주의 전쟁이야말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야라는 것을 입증한 데 있다고 본다.
프롤레타리아트를 국경에 따라 분할하는 제국주의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적 수준에서의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단결과 민족국가 주권을 폐절하는 세계혁명 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다시 말해 제국주의 전쟁을 전 지구적 내전으로 만드는
것이 레닌의 과제였다.
레닌의 내전은 러시아에 봉쇄되었지만 결국 20세기는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화시키는 장기 세기로 기능했다. 동구의 사회주의, 서구의 케인주의, 제3세계의 발전주의국가는 내전을 봉합하고 관리하는 국가형태들로 등장했고 그것의 한계는 68혁명으로 폭발했다.(20세기 사회운동사에 대해서는 조정환,『21세기 스파르타쿠스』, 갈무리, 2002 참조)
조정환(인문학자,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여 새로운 문학운동을 전개했으며,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진 9년(1990~1999년) 동안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국제주의적 및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와 관련된 1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후 다중네트워크(http://waam.net) 공동대표, 웹저널 『자율평론』(http://jayul.net) 상임,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net) 대표 및 상임강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 탈근대사회이론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