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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의 삶은 기계적인 반복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나의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니며, 나의 목표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정언명령에 복종할 뿐,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바디우의 철학은 이러한 삶의 무기력한 자동성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전통 철학이 목표로 삼았던 객관적이고 자기동일적인 진리 개념에 반대하여, 새로운 것으로서의 진리, 마침내 사건의 과정을 통해 수립되어 가는 진리 개념을 옹호한다. 이러한 진리 개념의 혁신을 통해 바디우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주체의 형상이다.
그에게 주체는 ‘미리-가정된’ 주체가 아니라, 진리의 변전 속에서 출현하고 유지되는 사건과 진리의 주체성이다. 사건과 진리에 충실한 주체성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기계적인 반복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추동력이고, 새로운 삶의 건설을 위한 필수적 전제일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리 안에 있는 삶’이다. 이 강좌는 바디우의 진리 철학의 윤곽을 살펴봄으로써 그러한 삶의 가능성에 집중한다. 진리를 따르는 삶은 기존 질서가 부과하는 가치로는 판단할 수 없는 삶이고, 부과된 자기 동일성에서 벗어나는 삶이다. 우리의 삶을 반추하고, 유한한 것으로 간주되는 ‘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무한한 존재로서의 나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바로 바디우가 말하는 주체의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용순(철학자,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성균관 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 귀국하여 바디우의 진리철학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정치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 성균관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철학의 조건으로서의 정치>, <바디우 철학에서의 공백의 문제>, <518의 주체성과 후사건적 주체의 미래에 대한 소고>,등 다수의 논문을 집필하였고 바디우의 『철학을 위한 선언』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