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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영:루카치와 리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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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학일반루카치와 리비스

강좌정보
리비스가 말하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선 (푸코나 네그리에게서 그렇듯이) 리비스에게서도 삶은 생물학적인 의미의 생명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리비스의 삶 개념은 로렌스의 삶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아 더 발전시킨 것이다. 로렌스를 비롯하여 셰익스피어, 블레이크, 디킨스 등을 통해 리비스가 말하고자 하는 삶문학에 대해 알아보자.

'삶'과 '문학'의 이중변주곡



리비스의 삶


리비스(Frank Raymond Leavis)는 1895년 잉글랜드의 캠브리지에서 악기 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T. S. 엘리엇, 제임스 조이스, D. H. 로렌스, 에즈라 파운드보다 반 세대(10년) 후배이다. 사립학교인 the Perse School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웠다. 19살인 1914년에 1차대전이 일어났는데,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FAU(the Friends Ambulance Unit)에 자원하여 서부전선 바로 뒤의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1916년 징병제도가 도입되었으나 FAU 자원봉사자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conscientious objectors)로 총괄적으로 인정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불면에 시달렸고, 가스에 노출되는 바람에 손상된 건강―주로 소화기관―은 종내 회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1929년에 자신의 학생인 로스(Queenie Roth)와 결혼하였으며, 부부가 협동으로 연구를 하여 많은 비평서를 각자, 혹은 공저로 내게 된다. 1930년에는 director of studies in English at Downing College로 임명되어 이후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1932년에는 계간지 Scrutiny를 창간하며, 53년까지 주간을 한다. 1862년에 다우닝에서의 임기가 끝나고 나서 the University of Bristol, the University of Wales and the University of York 등에서 Visiting Professor로 있게 된다. 1978년 82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리비스의 비평 활동


리비스는 20세기 영국 문학비평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 중 하나이다. 그는 문학 연구에 ‘진지함’을 도입하였고, 문학과 문학비평의 고유성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문학이 사회에서 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작품의 꼼꼼한 독해와 정밀한 분석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의 신비평과 유사하다는 잘못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실 양자의 비교가 시간 낭비일 만큼 리비스의 비평은 신비평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의 문학관은 삶의 활력, 언어의 창조성, 열린 자아라는 세 핵심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 세 요소 모두 신비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의 활동을 그야말로 편의상 네 개의 시기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1기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시들을 재검토. 엘리엇의 영향 아래 있음. New Bearings in English Poetry(1932), Revaluation(1936)
대학교육에 관한 견해의 대강을 구상.

2기
소설에 관심을 두어 영국 소설 문학의 계보를 짚어본 『위대한 전통』(The Great Tradition, 1948)과 로렌스를 연구한 『소설가 D. H. 로렌스』(D. H. Lawrence, Novelist, 1955)를 낸다. 당시에 그는 찰스 디킨스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절』(Hard Times, 1854) 말고는 높이 평가하지 않았는데 이 견해는 나중에 크게 바뀌게 된다. 바뀐 견해에서 그는 영문학의 힘의 계보가 거쳐 가는 큰 봉우리들로서 셰익스피어, 블레이크, 디킨스, 로렌스를 들게 된다. 이 견해는 그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된다.

3기
교육의 문제, 문화의 문제, 사회적 문제로 관심이 확대된다. 이는  『Nor Shall My Sword』(1972)에서 잘 나타난다.

4기
『살아 있는 원리』(The Living Principle, 1975)와 『생각, 말, 그리고 창조성』(Thought, Words and Creativity, 1976)로 대표되는 시기이며, 그 동안의 성과를 갈무리하는 시기이다. 특히 『살아 있는 원리』는 시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이론적 견해가 통일된 형태로 제시되는, 물리학에서의 미시·거시 이론의 통일과 같은 업적을 이룬 저서이다.


로렌스의 삶 개념


몇 대목을 보고 거기서 그가 생각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끌어내보자.

―“우리의 삶은 바로 우리와 주위의 살아 있는 세계와의 순수한 관계맺는 데 있다.”(Phoenix, 528면)

―“누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삶은 아니다.”(Phoenix, 529면)

새로운 관계, 새로운 관계 맺음그것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다소 아픔을 주며 또 항상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삶은 항상 아픔을 줄 것이다.”(Phoenix, 530면)

―“인간의 삶에 살아 있고 중심적인 단서가 되는 것은 관계 자체이다.”(Phoenix, 531면)

―“위대한 사람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순수함과 순진함이며 시공간적 삶(space-time-life)의 거대한 우주-연속체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이는 여전히 자유로운 모든 사람 속에서 튀는 순수한 핵의 불꽃이다.”(Phoenix, 541)

―“현대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개인의 시대에 개인이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않으며 자기 삶을 살지 않는다.” (Phoenix, 761)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끌어낼 수 있다.

① 개인의 외부로 열려있는 삶 ↔ 닫힌 삶(“현실을 창문으로 내다보는 자아”)
② 새로운 관계의 구축 ↔ 관례를 유지하는 삶
③ 특이성 ↔ 보편성

리비스를 이것들을 더 부연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측면을 추가한다.




삶은 실재를 구축하는 힘이다


리비스는 실재(reality)인간적 실재(human reality), 혹은 ‘진정으로 실재적인 것’(the really real)―가 개인들(아래에서 보겠지만 이는 단순한 개인들이 아니라 들뢰즈나 네그리라면 특이성이라고 불렀을 바의 것이다)의 창조적 상호협동에 의하여 구축되는 것으로 본다. 삶(의 활력)은 바로 이 실재를 구축하고 갱신하는 힘이다. 이는 국가 및 그에 준하는 것들에 의한 실재의 구축과는 대립된다.

실재의 구축은 지속적인 갱신(혁신)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항상 창조적이다.



삶은 잠재적(virtual)이다


리비스는 삶(life)개별적 삶들(lives)의 특유한 관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삶은 결코 전기 같은 힘이 아니다.(Thought, Words and Creativity, 26) 만일 그러한 힘이라면 개인들마다 양적인 차이만을 가진 채 분배되는 형태일 것이다.

리비스는, 삶 없이 개별적인 삶들이 있을 수 없고, 또 개별적인 특이한 삶들이 없이 삶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이를 통해 분명하게 제시되는 것은 양자의 관계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리비스는 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진술될 수 없는 기본적인 것”, 그것이 가려지고 누락된다면 “인간의 삶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사유하려는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한다.(Living Principle, 44)

사실 개별적인 삶들은 우리의 시야에 이미 드러나 있는(현실화되어actualized 있는) 측면이 우세하다. 이 개별적 삶들을 (맑스가 『경철수고』에서 말한 소외된 개인들처럼) 원자화한 다음, 다시 그 원자들의 집단으로 전체를 생각할 때 이 개별성들에 대한 통계적 취급이 가능해지고, 과학, 수학, 논리에 의한 절차들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비스가 생각하는 삶은 원자화된 개별적 삶들의 집합도 아니다. 리비스는 삶과 개별적인 삶들의 관계는 매우 특유해서 ‘관계’라는 말조차도 적절하지 않거나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리비스는 말한다.(Living Principle, 185 참조) 이 관계의 성격은 네그리, 들뢰즈가 말하는 ‘잠재적’(virtual)인 부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리비스는 ‘잠재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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