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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문장이 던져주는, 뜻밖의 활기
『즐거운 학문』 은 제목에서 시사하고 있듯이 즐거움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다. 학문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앞뒤에는 시들이 포진되어 있다. 시를 쓰는 철학자 니체. 그의 문체는 이제 거의 절정에 달해 있다. 글을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지 하는 당당함이 보인다. 자유롭게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활력이 넘치는 문체의 강물을 따라 정신은 마냥 즐겁게 흘러간다.
삶은 즐겁게만 살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 두려움의 대상 중에서 그것도 최정상에 군림하던 신에게조차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제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 대지의 주인은 인간임을 선포한다. 즐거움이 삶을 지배한다. 막힘이 없는 자유정신은 이제 멋과 흥이 넘치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잘 쓰인 글을 읽으면 그것 자체가 이미 형용할 수 없는 힘을 선사해준다. 그것이 니체의 힘이다.
삶의 항해로 우리를 유도하는, 니체 정신의 대양을 향해
1882년, 니체의 나이 38살이 되던 해이다. 아직 불혹에도 채 미치지 못한 나이다. 그럼에도 니체의 정신은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니체의 허무주의 사상은 진리와 비진리, 진실과 거짓, 질병과 건강 회복 등 거의 모든 개념에서 균형을 잡아줄 것을 요구한다. 균형! 그것은 양쪽이 모두 유용하다는 인식만이 가능하게 해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독단이나 편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정신은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이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유희하는 정신의 이상은 자유다. 니체의 『즐거운 학문』은 사랑하고 춤추게 만드는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니체는 자주 삶을 항해와 비교한다. 드넓은 바다! 대양! 마치 불교가 인생을 고해로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이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까? 무엇이 안달하지 않고도 높이 비상하는 알바트로스처럼 만들어줄까? 허무주의 철학은 즐거운 삶의 지혜로 가득하다. 신의 무덤 위에 허무한 춤을 춰대는 니체의 자유정신을 한번 배워보자.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