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키워드로 읽어보는 미술 작품, 그 속의 근현대 시공간 탐험!
우리는 흔히 우리 자신이 먼 과거에서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감수하는 방식이 하나의 진리라든가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대라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가보면 일련의 불연속들이 발견된다. 우리 자신이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지금 사랑과 결혼에 대해 품은 관념이, 우리의 육체와 정신에 대한 인식이, 나아가 ‘인간의 개념’ 자체가 불변의 진리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 형성 혹은 발명된 것인가? 미술을 통해 근현대의 시공간을 탐사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아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가능성들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도시의 풍경은 사라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이반 일리히 (Ivan Illich, 1926 ~ 2002.12.2)에 따르면 도시의 균질적인 공간에서 인간이 정주(定住)의 기술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마을이 사라지고, 이웃이 사라지면서 결국 ‘우리’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정주’가 인간이 되찾아야 할 삶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8강 동안 우리가 탐사할 ‘근대’라는 시공간은 실체가 아닌, 어쩌면 이미지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그 이미지를 현실 속에서 체험하고 사유하지 못한다면 그저 또 헛도는 지식 하나만 더 소비하게 될 뿐일 것이다. 이반 일리히를 빌려 던지고자 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기술’을 되찾아 연마할 것인가’, ‘어떻게 이 규격화된 삶 속에서 새로운 활력과 저항을 모색할 것인가’를 묻고자 함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결국 ‘나’
예술은 가장 민감하게 그 시대를 포착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가 앓고 있는 병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진단해, 그 고통에 지배되지 않고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8번의 강의 동안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함께 보며 시대를 그려낸 예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그 질문들은 스스로에게 근본적으로 던지는 ‘삶의 물음’일 것이다. 나의 신체가 ‘도시’라는 공간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하고 있는가, 내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나의 ‘성/섹슈얼리티/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것인가…. 이 강의는 명화와 예술들을 새롭게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예술과 시대가 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하며 그 속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그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각자가 우리 삶 속에서 꿈틀거리는 또 다른 몸짓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꿈꿔보자!
채운(미술사학자, 고전비평공간 규문 대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을 다니다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근현대미술에서 시작해서 시공간을 넓혀나가다 보니 근대를 넘어 고대(古代)에 이르게 되었고, 동서양의 철학과 문화를 가로지르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철학과 문화를 현대적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포부로, 현재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동서양의 철학, 역사, 문화 전반에 횡단적인 독해와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을 담은 그림』, 『사람은 왜 알고 싶어 할까』,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느낀다는 것』,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재현이란 무엇인가』, 『언어의 달인, 오모 로퀜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