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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철학(혹은 철학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 함을 배우라’고 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또한 균형을 갖추고 영속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고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불변의 진리란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 없는가? 바로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철학은 탄생하였다. 그러나 철학 2천 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나 접근법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철학자는 경험할 수 있는 감각자료만이 세계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고 주장했지만, 가변적인 감각이 아닌 이성과 직관을 통한 사유만을 인정하는
철학자도 있었다. 신의 존재증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과 대립, 그리고 그에 따른 반박과 공격이 이어졌고, 인간의 자유와 예술을 주제로 한 담론
역시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철학의 논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산수처럼 정확히 떨어지는 대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분파의 저마다 확인될 수 없는 의견 속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철학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또한 해답 자체보다는 해답을 찾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철학 논쟁의 역사를 통해 합리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다.
논리를 전개할 때의 정합성, 이치에 맞는 근거 제시, 심도 깊은 질문을 스스로 개진해 나가는 철저함으로 인해 하나의
‘철학’이 탄생한다. 그러한 이유로 철학적 사유는 단지 하나의 학문이 아닌,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된다. 서양철학의 전통적인 주제와 개념을 통해
‘사유훈련’을 해보지 않겠는가? 서양철학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이 가진 ‘무거움’은 나의 사유훈련이 거듭될수록 점차 ‘가벼워’질
것이다.
김상현(성균관대학교 교수)
‘절대 진리는 무엇이며 과연 있기나 할까?’,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나만 홀로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고민하면서 사춘기를 보내다 철학과에 진학하였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원리에 입각한 사유방식에 매료되어 칸트에 몰두,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칸트의 마감적 합리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의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전임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과연 선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아니면 아름답기 때문에 선한가'를 화두로 미, 예술, 인간, 사회의 관계에 대해로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