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천 개의 고원』, 천 개의 면을 가진 보석
『천 개의 고원』은 천 개의 면을 가진 보석이다. 이처럼 풍요롭고 흥미롭고 실험적이고 독자적인 책은 드물다. 누구든 이 책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면을 찾아 즐길 수 있다. 책을 여는 순간 독자는 이런 조언을 만난다.
“이 책은 장이 아니라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론을 제외하고 각 고원들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여느 철학 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순서를 지키지 않고 읽어도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책 『천 개의 고원』은 '자본주의와 분열증' 시리즈의 속편이자 완결편으로 『안티 오이디푸스』와 쌍을 이루는 저작이다. 들뢰즈와 그의 사상적 동지인 가타리는 자본주의라는 '엄청난' 기계를 욕망의 원리로 읽어냈던 『안티 오이디푸스』의 물음을 이 책에서 좀 더 확장하고 구체화시킨다.
특히 『안티-오이디푸스』가 아직도 '안티', 즉 반(反)의 '부정적 비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면 생물학과 지질학부터 시작해 인류학과 고고학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새롭게 '긍정적으로 종합'하고 있는 이 책은 지난 20세기의 인문학의 온갖 모험이 서로 소통하고 접속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
『천 개의 고원』은 철학이나 인문학 하면 언뜻 떠올리기 쉬운 방법론이나 이데올로기 비판 또는 어떤 이론을 구축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의 모든 사유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를 겨냥하고 있다.
즉 방법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대신 그러한 방법론이 어떤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며, 이념의 논리를 찾거나 이를 비판하는 대신 그러한 이념이 어떤 근거에서 발생하는지를 고고학적으로 탐사하는 것.
이처럼 전부 1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음악, 미술, 국가론, 문학론, 정신분석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들은 일관되게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여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질 들뢰즈(Gii Deleuze, 1925~1995)
생성과 긍정을 실천의 존재론으로써 해석한 프랑스 철학자. 영화광이었으며,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했다. 『니체와 철학』,『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차이와 반복』,『의미의 논리』,『프란시스 베이컨:감각의 논리』,『영화1:운동-이미지』,『영화2:시간-이미지』,『주름:라이프니츠와 바로크』등을 썼다.
미셸 푸코는 질 들뢰즈를 '프랑스의 유일한 철학 정신'이고, '언젠가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질 들뢰즈 철학과 사상의 깊고 방대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창조하고자 했던 철학자적인 열정은 그를 프랑스 철학을 넘어 현대 철학의 최고봉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자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철학자 들뢰즈의 삶과 사고의 편린을 보여준다.
"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고, 공산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현상학자인 적도 하이데거주의자였던 적도 없으며, 맑스를 포기하거나 68년 5월을 저버린 적도 없다" (문학 월간지 <마가진 리테레르> 1988년 9월호).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 1930 - 1992)
정신분석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감지하고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펼쳤다. 1969년 이래 들뢰즈와 공동 작업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천 개의 고원』 외에도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들뢰즈와 함께 썼다.
이 강좌는 '자본주의와 분열증' 시리즈의 속편이자 완결편으로 『안티 오이디푸스』와 쌍을 이루는 저작 『천 개의 고원』을 변성찬, 이수영, 조원광, 박정수, 손기태, 이 다섯 분의 선생님이 함께 해석해나가는 강좌이다.
참고 도서: 『천 개의 고원』(김재인 옮김, 새물결)
박정수(인문학자, 수유+너머 연구원)
서강대학교 불문학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자율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 연구원으로, 프로이트, 라캉, 지젝, 푸코, 들뢰즈, 카프카, 루쉰을 주요 관심사로 삼아 ‘욕망의 정치경제학’을 개척 중이다. 서강대, 고려대 등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의해 왔으며, 야학 및 인문학 집중 세미나를 진행하고 마을 공동체 만들기를 도모하고 있다. 2010년 시내 가판대 G20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어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은 그래피티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