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바슐라르는 '개념 수준의 이해'와 '이미지 수준의 이해'를 구분한 바 있다. 『천의 고원』은 오늘날 문화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텍스트들 중 하나이지만, 그 이해는 개념적 이해보다는 이미지적 이해의 수준에 가까운 것 같다. 이미지로 느끼는 것과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강의는 『천의 고원』을, 특히 그 내용 전체를 압축하고 있는 리좀을 개념적 수준에서 이해하려 한다. 주요 개념 하나하나를 정리하면서, 리좀의 내용을 『천의 고원』 전체의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가면서 독해한다. 현대 서양철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독파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을 이정우 교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읽는다.
■ 강의특징
그저 텍스트를 읽어 나가고 문장을 해석하고 이론을 풀이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미지적 이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개념적으로 접근하여 주요 개념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정리하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심도 높게 독해한다.
배치란 무엇인가? 강의라는 배치는 사람들, 건물, 칠판, 노트북 같은 기계들과 말하기, 듣기, 사유하기 같은 담론적 코드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접속해서 장을 형성할 때 성립한다. 강의가 끝나면 배치는 사라진다. 하지만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기계들을 통해 반복된다. 개체도, 유기적 조직체도, 추상적 존재도 아닌, 기존의 존재론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이런 존재, 그럼에도 너무나도 일상적인 존재가 바로 배치다.
리좀이란 무엇인가? 땅밑 줄기다. 뿌리처럼 위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든 다른 지점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연결접속의 원리, 다질성의 원리, 다양체의 원리, 탈기표적 도약의 원리, 지도 제작과 전사의 원리. 리좀을 구성하는 이 원리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파헤친다.
또 그저 학적인 측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로 텍스트를 읽어 간다. 매일의 삶을 구성하는,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전혀 새로운 눈길로, 참신한 존재론으로 포착하기. 바로 이런 것이 사유의 의미이고 사유의 기쁨이다.
■ 추천대상
들뢰즈 철학에 입문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천의 고원』을 혼자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정우 교수의 안내로 개념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이해하다 보면, 난해하기로 소문난 이 책이 조금씩 열린다.
현대 철학, 탈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 리좀, 배치, 탈영토화 같은 용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강좌가 명쾌한 답을 줄 것이다. 문화 이론, 예술 이론, 정치 철학에서 들뢰즈의 개념들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한다.
단순히 철학 지식을 넘어 기존의 사유 방식을 전복하고 새로운 존재론을 경험하고 싶다면, 일상적인 것들을 전혀 새로운 눈길로 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자.
■ 수강팁
『천의 고원』(들뢰즈/가타리 저, 김재인 역, 새물결) 교재를 준비하면 좋지만, 없어도 강의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강의를 들으며 메모하고, 나중에 강의록과 대조하며 복습하자.
핵심 개념들(리좀, 배치, 탈영토화, 탈기관체, 다양체, 추상기계 등)을 노트에 정리하며 들으면 도움이 된다. 들뢰즈 철학은 개념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앞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뒤의 개념도 이해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자. 들뢰즈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 점점 명확해진다. 특히 리좀을 구성하는 6가지 원리를 다루는 9~12강은 핵심 중의 핵심이므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안티 오이디푸스』나 『천의 고원』 읽기 시즌 2도 함께 수강하면 들뢰즈/가타리 철학의 전체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리좀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정교한 철학적 개념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배치, 탈영토화 같은 용어를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정우 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비로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평이 많다.
『천의 고원』을 혼자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이 강의 덕분에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일상적인 예시(강의, 야구 경기 등)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어렵다는 솔직한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복 수강하면 점점 이해가 깊어진다는 조언과 함께, 이 정도로 체계적으로 『천의 고원』을 설명하는 강의는 드물다는 평가가 많다.
■ 마치며
매일의 삶을 구성하는,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 전혀 새로운 눈길로, 참신한 존재론으로 포착하기. 바로 이런 것이 사유의 의미이고 사유의 기쁨이다.
리좀은 위계 없는 연결이고, 배치는 장의 형성이며, 탈영토화는 고정된 영토를 벗어나는 운동이고, 탈기관체는 유기화된 신체를 넘어서는 시도다. 이 모든 개념들은 기존의 사유 방식을 전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천의 고원』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이 텍스트에서 무엇을 읽어내면 좋을까? 이 강의는 계속해서 즐거운 고민을 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