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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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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하다. 신족은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전통 존재론을 지칭하고, 거인족은 니체 이후 베르그송, 하이데거, 들뢰즈, 데리다로 이어지는 현대 존재론을 가리킨다. 이 강의는 바로 이 두 거대한 철학적 흐름의 대결을 다룬다.
이정우 교수는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중심 텍스트로 삼아 존재론의 핵심 문제들을 파헤친다. 『소피스테스』는 존재 물음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의 텍스트로, 플라톤이 사이비 지식인들을 고발하려는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해 인식론을 거쳐 존재론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본래의 문제로 돌아오는 원환 구조를 보여준다.
강의는 14강에 걸쳐 플라톤의 대화편이 갖는 의미에서 시작해, 소피스트들의 정체, 분할의 방법,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의 대립, 실재와 가상의 문제, 오류와 비존재의 존재론적 함의까지 다룬다. 로고스와 로고스가 부딪치며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철학적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단순히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존재론과 현대 존재론의 대결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의 대립은 단지 고대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존재론의 핵심 쟁점이다.
이정우 교수는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해박한 지식으로 플라톤의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플라톤의 분할법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론과 비교하고,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 논의된 플라톤주의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시뮬라크르 개념이 현대철학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강의는 『소피스테스』의 논의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중요한 지점마다 현대철학적 해석을 덧붙인다. 특히 소피스트들이 '반대로 말하는 자', '실재를 흉내내는 존재'로 규정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며, 이것이 진리와 가상, 본질과 현상이라는 철학의 영원한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힌다.
또한 플라톤이 친부살해를 감행하며 파르메니데스를 넘어서려는 시도, 비존재의 존재를 논증하는 과정, 다섯 개의 최상위 유들을 제시하는 장면 등은 서양철학사의 결정적 순간들로, 강의를 통해 그 의미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플라톤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개론서로는 만족할 수 없고 원전을 깊이 있게 읽고 싶지만 혼자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피스테스』 강독은 귀한 기회다. 대학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준의 텍스트 강독을 경험할 수 있다.
서양철학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플라톤 없이 서양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특히 존재론의 맥락을 잡고 싶다면 이 강의가 큰 도움이 된다. 이정우 교수가 강조하듯 그리스철학을 이해하면 근대철학의 절반은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들뢰즈, 데리다 같은 현대 철학자들이 왜 플라톤으로 돌아가는지,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의 대립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강의는 주로 플라톤 텍스트를 다루므로, 현대철학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기대한다면 시리즈의 후속 강의들을 함께 들어야 한다.
철학 입문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기본적인 철학 개념과 서양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강의를 따라가기 수월하다. 수박 겉핥기식 개론이 아니라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가는 심화 강의이기 때문이다.
■ 수강팁
『소피스테스』 원문을 미리 읽어보거나 강의와 병행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강의에서 텍스트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원문을 직접 읽으면 플라톤의 논증 방식과 대화의 묘미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다. 한길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참고하면 좋다.
강의 초반부의 분할술 논의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수강생들도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분할의 방법은 플라톤 철학의 핵심 방법론이자,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 체계와 대비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인내심을 갖고 따라가다 보면, 뒷부분에서 다루는 이데아와 시뮬라크르 논의가 훨씬 명료하게 이해된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자. 플라톤의 논증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강의록을 참고하면서 들으면 논의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비존재의 존재를 다루는 후반부는 추상적인 논의가 많아 강의록이 큰 도움이 된다.
이 강의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시리즈의 일부다. 가능하다면 시리즈 전체를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 강의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면 플라톤의 논의가 현대철학과 어떻게 대결하는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깊이 있게 강독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 평가했다. 대학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준의 텍스트 강독이었고, 수박 겉핥기식 개론이 아니라 철학의 근본 문제를 파고드는 심화 강의였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데아와 시뮬라크르를 다루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진리와 가상, 본질과 모방이라는 고전적 주제가 현대철학에서 어떻게 뒤집히는지를 엿볼 수 있었고, 플라톤의 시대가 '본래적 사물의 시대'였다는 통찰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수강생들은 분할술 논의가 너무 길고 세세하다고 지적했다. 플라톤이 언급한 부분을 대충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너무 꼼꼼하게 다루어 강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점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또한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이라는 제목에서 기대한 현대철학과의 비교가 생각보다 적어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초기 강의에서 녹음 잡음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기술적 문제로 청취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마치며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는 서양철학사의 백미 중 하나다. 플라톤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존재론의 정점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본래의 문제로 돌아오는 원환 구조는,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철학함이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정우 교수는 이 고전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다루지 않는다. 플라톤의 논의를 현대철학과 대결시키며,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의 대립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쟁점임을 보여준다. 전통 존재론과 현대 존재론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우리는 그 전선 한가운데 서 있다.
물론 이 강의만으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강의는 주로 신족의 편, 즉 플라톤의 입장을 세밀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거인족의 본격적인 반격은 시리즈의 후속 강의들에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적을 알아야 싸움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플라톤이 어떻게 이데아의 왕국을 건설했는지, 시뮬라크르를 어떻게 추방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니체 이후의 철학자들이 왜 그토록 격렬하게 플라톤을 비판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강의는 바로 그 출발점이다.
존재론의 맥을 잡고 싶다면, 서양철학의 뿌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강의와 함께 『소피스테스』의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정우의 철학 Youtube 채널, [소운서원(逍雲書院)]
https://www.youtube.com/@sowoonse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