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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은 너무나 많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책이 너무 많아졌다.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은 서점과 도서관에 넘쳐나는데,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필독서 100선’과 같은 리스트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지.
대형 서점을 가득 채운 서적 중에 평생 동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큰 수레 5개 분량의 책을 읽었다는 공자(孔子)의 독서량마저 무색케 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 ‘속독’을 익혀보겠다고 야심차게 속독학원을 등록하는 사람도 많고, 속독 관련 서적도 산적해 있다.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독파할 요량으로,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는 것을 지상 목적으로 ‘활자 훑기’에 골몰해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이’ 읽으려는 노력은 그 수고스러움만큼의 대가를 돌려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십 권의 신간 서적이 서점에 진열되고 있다. 그 활자들의 양은 바다와도 같다. 그리고 우리는 서적의 바다에서
조약돌을 주워 모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 말한다면, 그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일까.
오래 기억할 방식으로, 오래 기억해야 할 책을 읽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가 문제다. 범람하는 책들을, 게다가 작가의 ‘피’로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많은 노작들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마르셀 프루스트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멈춰야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이 강좌는 그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마련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부터 망각이 아닌 기억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소설의 미로로 인도할 김진영 선생은 발터 벤야민과 아도르노에 대한 강의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선생의 박식함과 친절이 묻어나는 설명은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로부터 ‘감동을 주는 강의’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한편 김진영 선생은 예전부터 소설의 참맛을 일깨워주는 수업을 진행해 왔으니, 범람하는 서적 속에서 표류하는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적임자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톨스토이, 카뮈, 프루스트, 한트케 등 세계 문학 대표 작가들의 문제작을 죽음, 기억,
광기, 부조리, 동성애, 괴물, 고독, 정치라는 8개의 키워드로 분석해나가며
깊이 있는 문학의 참맛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이 떠나면서 남긴 것은 책 읽기 좋은 따뜻함이다. 오는 봄에는 지식과 교양,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독서라는 3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소설 읽기의 여정을 떠나보자.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