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에게 동양고전은 어떤 의미인가
“동양의 ‘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어려워요”, “고리타분해요”. 그러나... 정말 그럴까? 우리는 사실 이미 동양의 ‘고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뮬란>을 보았으며 <삼국지>는 영화와 게임으로 계속해서 우리 곁을 지켜왔다. 여름이면 언제나 찾아오는 <구미호>를 반가워하며, 무협의 이미지를 차용한 <영웅본색>에 빠져든다. 영화 <천녀유혼>은 『요재지이』의 일부를 각색한 것이며, ‘견우와 직녀’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전설이다.
‘한자’라는, 조금은 넘기 어려운 벽을 제거하고 나면 의외로 동양의 고전은 쉽다. 무엇보다 그것을 읽다보면 우리가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한 번은 경험한 듯한, 그런 익숙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우리가 ‘동양’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지금의 지리적 영역으로는 ‘중국’에 속해 있지만, 그 땅에서 오랜 세월 동안 명멸해온 여러 왕조에서 탄생한 고전에는 바로 그 동양의 보편적 정서가 들어있다. 그렇기에 고전에 들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한자문화권 공동의 문화적 자산이 되어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명멸하는 '인간'의 영혼에 대하여
본 강좌는 그 고전을 쓴 사람들, 혹은 그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학술적으로 작품을 분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람의 영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고전 속에는 위대한 사상가의 추상적 말씀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들어있다. 길 떠나는 병사의 슬픔, 뜻을 펴지 못해 우울해 하는 시인, 대의를 가슴에 품고 강을 건너는 자객, 은행나무 그늘에서 토론 수업을 하는 스승과 제자, 대숲에서 은자의 꿈을 꾸는 선비, 불사의 미망에 시달리던 황제, 사랑에 목숨 거는 연인... 그런 모든 이야기에는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수천 년 동안 줄기차게 흘러온 시간의 강을 건너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나 걸으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운명이나 삶은 한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왜 우리는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그리고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그 고전을 세상에 남긴 사람들 역시 우리에게 말한다. 사람과 사람이 ‘진정眞情’으로 이어지는 세상을 왜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인지. 동양의 고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본 강좌의 목표다.
김선자(고전∙신화학자, 연세대 중어중문과 강사)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한 후, 국립 대만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본토의 드넓은 사막과 첩첩산중을 두 발로 직접 누비며 연구를 계속해 온 고전•신화 전문가로, 동아시아 신화와 중국 문학, 중국의 인문지리 등을 넘나들며 활발히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해왔다. 중국 및 소수민족의 신화를 재해석하여 그 속에 담긴 지혜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