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록다운
|
■ 강의개요
들뢰즈 철학은 현대 사상계에서 가장 난해하면서도 매력적인 영역 중 하나다. 잠재성, 차이와 반복, 기관 없는 신체, 리좀, 생성과 되기 같은 개념들은 마치 구체시처럼 함축적이고 애매하지만, 일상과 철학을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방식으로 접목시키는 독특한 힘을 지녔다. 이 강의는 들뢰즈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7명의 강사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들뢰즈 사유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진경, 변성찬, 이수영, 조원광, 권용선, 정정훈, 진은영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들뢰즈 연구자들이 총 14강에 걸쳐 잠재성과 가능성, 시간의 세 가지 종합, 표면과 사건, 차이와 반복의 정치학, 감응, 되기와 생성 등을 다룬다. 특히 소설, 회화, 영화 등 구체적인 예술 작품에 들뢰즈 개념을 적용하고, 5.18 민주항쟁 같은 한국 사회의 사건들을 들뢰즈적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들뢰즈 철학을 추상적 관념이 아닌 살아있는 사유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진경은 잠재성 개념을 건축, 기억, 능력 등 일상적 소재를 통해 풀어내며, 변성찬은 시간철학을 베르그송, 칸트, 니체와 연결해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수영은 스토아 학파와 플라톤주의 전복을 통해 사건과 의미의 철학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조원광은 5.18 민주항쟁을 차이와 반복의 정치학으로 분석한다.
권용선의 감응(affect) 강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카프카의 『어느 개의 연구』, 베이컨의 회화, 드레이어와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등 풍부한 예술 작품 분석을 통해 비인간적·비유기적·탈고정적 감응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정정훈은 스피노자와 연결해 되기(devenir)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고, 진은영은 공포를 유머로 전환하는 들뢰즈적 실천 윤리를 제시한다.
7명의 강사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들뢰즈를 해석하는 방식은, 마치 들뢰즈가 말한 '다양체(multiplicity)'를 직접 경험하는 것과 같다. 정형화되지 않은 사유의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강의 구성이다.
■ 추천대상
들뢰즈 원전을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강의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차이와 반복』, 『천 개의 고원』, 『앙띠 오이디푸스』 같은 주요 저작의 핵심 개념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혼자 읽을 때 뒤섞이던 개념들의 교통정리가 가능하다.
현대 철학과 예술의 관계에 관심 있는 학습자에게도 적합하다. 소설, 회화, 영화 등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을 통해 들뢰즈 철학이 예술 비평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이컨의 '소리 없는 고함', 프루스트의 '비의지적 기억', 영화의 '감응 이미지' 분석은 예술 이론 연구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
정치철학과 사회 비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5.18 민주항쟁, 새만금 사업, 이주노동자 문제 등 한국 사회의 구체적 사건들을 들뢰즈 철학으로 분석하는 시도는, 철학이 현실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코뮨주의, 탈주, 소수자-되기 같은 개념들이 실천적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이다.
■ 수강팁
들뢰즈 철학의 난해함을 고려할 때, 강의를 들으면서 꼼꼼히 필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 중간중간 화면에 개념 설명이 제시되므로, 이를 놓치지 말고 기록해두면 나중에 복습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잠재성, 현행성, 규정가능성, 추상기계, 일관성의 구도 같은 핵심 용어들은 반복해서 등장하므로 정확한 정의를 숙지해야 한다.
강의 순서대로 듣되,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존재론적 개념에 관심 있다면 1~5강의 잠재성과 시간 관련 강의를, 정치철학에 관심 있다면 6~9강의 사건과 차이 관련 강의를, 예술 이론에 관심 있다면 10강의 감응 강의를, 윤리학에 관심 있다면 11~14강의 되기와 유머 관련 강의를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다.
수강 후에는 반드시 들뢰즈의 원전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강의를 통해 개념의 기초를 잡았다면, 이제 『차이와 반복』이나 『천 개의 고원』 같은 원전이 훨씬 명료하게 다가올 것이다. 강의에서 언급된 베르그송, 스피노자, 니체 등 들뢰즈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들의 저작도 함께 읽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진경의 강의에 대해 "딱딱한 개념들을 일상적 예시로 풀어내 마치 잘 숙성된 음식을 소화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평가한다. 10년 동안 들뢰즈를 읽어도 아직 모르겠다는 겸손한 태도 역시 배움의 자세를 일깨워준다는 반응이다. 다만 강의록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일부 수강생들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용선의 감응 강의는 "일상 속 모든 만남이 나의 몸을 변화시키고 되기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루스트, 카프카, 베이컨 등 구체적 텍스트 분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조원광의 5.18 분석은 "철학이 현실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는 반응이다.
진은영의 유머 강의는 "공포의 허구적 이분법을 유머로 전복시키는 통찰이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을 받는다. 『임금님의 새 옷』을 지젝과 들뢰즈의 관점에서 분석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이다. 다만 7명의 강사가 번갈아 강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평가와 "산만하고 밀도가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전반적으로 수강생들은 "들뢰즈 입문에 큰 도움이 되었다", "혼자 읽을 때 답답했던 부분이 해결되었다", "개념의 교통정리가 되었다"는 만족감을 표현한다. 일부 강의의 전달력 부족이나 난해함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들뢰즈 철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강의로 평가받는다.
■ 마치며
들뢰즈 철학은 세계를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닌 영원한 변화와 생성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다. 동일성은 차이의 효과이고, 주체는 배치의 산물이며, 존재는 일의적이다. 이런 전복적 사유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일단 그 리듬에 익숙해지면 삶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
이 강의는 들뢰즈 철학의 난해한 개념들을 14강에 걸쳐 차근차근 풀어낸다. 잠재성에서 시작해 시간, 사건, 차이와 반복, 감응, 되기를 거쳐 유머의 정치학에 이르는 여정은, 존재론에서 윤리학으로, 형이상학에서 실천철학으로 나아가는 들뢰즈 사유의 궤적을 따라간다.
7명의 강사가 보여주는 다양한 해석은 들뢰즈 철학 자체가 하나의 정답으로 고정될 수 없는 '다양체'임을 증명한다. 이진경의 명료함, 권용선의 예술적 감각, 조원광의 정치적 통찰, 진은영의 윤리적 실천은 각각 들뢰즈를 이해하는 하나의 경로를 제시한다. 수강생은 이 다양한 경로들 사이를 횡단하며 자신만의 들뢰즈를 구성해갈 수 있다.
들뢰즈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사유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 강의가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권용선(인문학자)
인하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1910년대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과정」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학문자율공동체 <수유+너머>에서 활동하며, 철학, 문화, 역사, 책 읽기 등 다방면에 걸쳐 공부하고 글을 썼다.
현재는 인종과 계급, 여성, 언어 등에 대한 생각을 넓혀 가고 있다.
변성찬(영화평론가)
이수영('연구공간 수유+너머'활동)
정정훈(수유+너머 연구원)
조원광(수유+너머 연구원)
진은영(시인,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