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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정교해진 라캉
라캉 이론의 정수, 『세미나』 11
라캉의 『세미나 11』은 기존 정신분석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정립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무의식적 증상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주체와 리비도, 그리고 욕망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라캉은 주체를 말과 행동이 다른 분열적인 존재로 본다. 기존 이론은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분석가와 만나는 것을 호전되고자 하는 의지로 보는 반면, 라캉은 이를 뒤집어 환자가 증상 자체를 탐닉하기 위한 시도로 본다. 환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증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환자는 어떻게 치료에 이를 수 있을까? 라캉은 무의식적 증상의 해법을 분석가와 환자가 함께 담화 속에서 새로운 욕망을 가동시키는 환상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환상만이 억압적 증상을 대체하고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성욕이란 생물학적 요인의 산물인가?
우리는 이번 강좌에서 사도-마조히즘, 도착증, 관음증 등의 다소 변칙적이라 여겨지는 성욕의 다양한 증상들을 접하게 된다.
성욕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신체 증상인가? 라캉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인간은 언어적 존재이다. 언어에 의해 억압되어 있지 않다면 성욕도 무의식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날것 그대로의 성충동은 언제나 환유에 의해 간접적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이 바로 욕망이다. 욕망은 충동을 언어적으로 실현하려는 의지와도 같다. 충동은 언제나 언어로 만들어진 욕망의 필터를 일탈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주원인이다. 라캉은 이를 일컬어 대상a라고 이름 붙였다.
예술과 무의식의 관계
모든 예술은 무의식의 향방을 가리킨다. 백상현의 강의는 라캉의 이론과 임상 사례를 뛰어 넘어 다양한 예술작품 분석에 다다른다. 예술이 어떻게 무의식적인 쾌락을 향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백상현은 예술 속에 숨겨진 무의식의 코드들을 차례로 풀어내어 라캉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난해한 정신분석이론으로부터 시작했던 라캉 강의는 무의식적 증상들을 넘어 이제, 거대한 욕망이 깃든 “예술 작품의 무덤”, 즉 박물관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백상현(정신분석학자)
정신분석학자. 프랑스 발랑스의 '에꼴데보자르' 졸업 후 파리8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라깡의 정신분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학위논문 : 「증상적 문장, 리요타르와 라깡」). 고려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에서 정신분석과 미학을 강의했으며 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FLC 상임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임상분석가를 대상으로 여러 형식의 강의를 시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라깡의 인간학: 세미나 7의 강해』(위고, 2017), 『라깡의 루브르』(위고, 2016), 『고독의 매뉴얼』(위고, 2015),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책세상, 2014), 『헬조선에는 정신분석』(공저, 현실문화, 2016), 『발튀스, 병적인 것의 계보학』(현실문화, 근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