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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철학사인가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철학사’이거나 ‘중국철학사’, ‘한국철학사’, ‘일본철학사’, ‘인도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특정한 지역이나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며, 세계철학사는 드물었다. 설령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이 있다 해도, 그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事) 정도로 배치했으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철학사’라고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여기, 이정우 교수의 세계 철학사는 역사와 문명의 거대한 흐름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입체적이고도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철학사의 역사를 새로 쓰려 한다. 이번 여덟 번째 목적지는 서구 근대철학의 거대한 봉우리, 칸트 철학이다.
서구 철학의 거대한 봉우리, 칸트 철학
칸트 철학은 호수로도 비유되곤 한다. 칸트 이전의 철학은 칸트에게서 종합되고 그 이후의 철학은 칸트로부터 흘러나왔다는 뜻이다. 칸트 철학이 근대 철학의 가장 큰 봉우리라고 한다면, 그 이후의 철학은 그 봉우리에서 뻗어나온 산맥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다. 칸트 철학의 특징은 3 비판서로 요약되는 그 체계성에 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의 질문에 상응하는 사변이성, 실천이성, 판단력의 영역이 인식과 도덕, 목적론의 문제를 중심으로 거대한 체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핵심 내용과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메기 쉽다. 우리는 그 봉우리에 오르려 한다.
칸트와 대화하기, 칸트를 넘어서기
이번 강좌에서는 3 비판서를 중심으로 칸트 철학의 핵심과 대강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살핀다. 철학사의 흐름 속에서 이전의 근대 철학자들과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세계 철학에서 유사하거나 대조되는 지점들을 짚어가며 더 큰 시야를 잃지 않게 할 것이다. 그리고 칸트 철학이 던진 묵직한 문제로 인해 일어난 지적 파장의 시작까지 훑어보는 것까지 함께 한다. 칸트와 동시대의 철학자로서 칸트를 오해하기도 했지만 날카롭게 그 약한 지점을 비판하고 대립각을 세웠던 두 명의 철학자 헤르더와 마이몬을 통해 철학자 사회의 동료들이 칸트 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해해 보자. 그리고 독일 이념론으로 이어지는 포스트 칸트 철학의 문제의식과 배경을 살핀 후, 그 첫 주자인 피히테의 철학을 검토함으로써 강좌는 마무리될 것이다. 커다란 산을 넘은 후 칸트의 선험적 주체와 함께 근대와 탈근대를 잇는 가교로 첫 발을 디뎌 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