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종교는 인간 실존의 한계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성립한다. 죽음이라는 유한성, 통제할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 결핍의 상황은 초월에의 갈망을 만들어냈고, 종교는 인류 역사와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종교는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 현상이면서, 지금도 우리 삶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철학사에서 종교는 항상 진지한 철학적 탐구의 핵심 쟁점이었으며, 현재에도 철학적 탐구의 가장 거북한 대상이다. 신비적이고 근원적인 종교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철학으로 다룰 수 있는가? 이 거북한 작업을 대담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로 종교철학이다.
이 강의는 종교와 관련된 핵심 쟁점들을 주제별로 다루면서, 라이프니츠, 흄, 칸트, 헤겔, 포이에르바흐, 마르크스, 키에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 야스퍼스 등 근대 이후 중요한 철학자들이 이러한 쟁점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정리한다. 아울러 현대 종교 사상가들과 종교철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접근법들도 함께 살펴본다. 기독교를 비롯한 서양의 종교적 전통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주가 되지만, 종교에 대한 보편적 논의를 최대한 시도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종교철학의 고전적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망라한다. 신 개념의 존재론적 쟁점에서 출발해, 신 존재 증명의 전통적 논증들을 검토하고, 신비주의와 종교 체험의 인식론적 가치를 탐구한다. 악의 문제와 변신론이라는 윤리학적 쟁점, 내세에 대한 이해, 구원의 문제라는 인간론적 쟁점까지, 종교철학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단순히 종교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일방적 입장이 아니라, 종교 현상 자체를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메타적 시각을 제공한다. 신명령론의 딜레마,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같은 논리적 분석부터, 라이프니츠의 변신론,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적 접근,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해석까지 다양한 관점을 비교한다.
그리스 전통과 히브리 전통의 신 개념 차이, 삼위일체 해석 문제, 유대 메시아주의의 정치적 차원 등 종교사적 맥락도 함께 다룬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과 역기능, 제도화된 종교의 문제까지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종교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도모한다.
철학적 개념과 논증을 명확히 정리하면서도, 인간 실존의 근본 질문에 천착하는 깊이 있는 탐구가 이 강의의 특징이다.
■ 추천대상
유한성을 지닌 우연성 아래의 인간으로서 초월에의 갈망과 종교적 질문을 진지하게 사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적절한 출발점이다. 현세와 내세, 선과 악, 신과 인간, 죄와 구원이라는 인간의 궁극적 관심사를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싶다면, 이 강의가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도,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신앙인이라면 자신의 믿음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통해 더욱 건전하고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종교에 회의적인 이들이라면, 종교 현상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도구를 얻게 된다.
철학과 학생은 물론이고, 신학과 종교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필수적인 강의다. 칸트, 헤겔 등 근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도 종교철학적 배경 지식은 불가결하다. 인문학 전반에 관심 있는 교양인이라면, 인류 문명을 형성한 종교 현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경험해볼 만하다.
종교가 철학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할 수도 있는 영역에 대해, 대담하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환영한다.
■ 수강팁
종교철학은 철학사 전반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수월하다. 특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칸트의 비판철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박정하 강사는 필요한 개념들을 강의 중에 충분히 설명하므로, 철학 입문자도 충분히 수강할 수 있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라. 신 존재 증명의 논리적 구조, 변신론의 다양한 입장, 종교 체험의 인식론적 쟁점 등은 한 번 들어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강의록에서 핵심 논증을 다시 확인하고, 주요 철학자들의 입장을 정리하며 반복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 강의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주저를 병행해서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라이프니츠의 『변신론』, 흄의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니체의 『안티크리스트』 등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텍스트들이다.
강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신 개념과 신 존재 증명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악의 문제나 구원의 문제를 다룰 때 철학적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종교철학의 쟁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교적 입장과 다른 견해를 접할 때도 열린 태도를 유지하라. 종교철학은 특정 신앙을 옹호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현상 자체를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 수강후기에서
"종교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신앙과 이성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학적 반성이 신앙을 더 건전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악의 문제를 다룬 9-10강이 가장 흥미로웠다. 왜 선한 신이 악을 허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답변을 비교하면서, 이 문제의 복잡성을 실감했다."
"신 존재 증명의 논리적 구조를 배우면서, 중세 철학자들의 치밀한 사유에 감탄했다.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논증이 왜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인지 이해하고 나니, 철학적 사고의 엄밀함을 배울 수 있었다."
"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마르크스와 니체, 프로이트의 관점도 공정하게 다루어주어서 좋았다.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강의였다."
■ 마치며
유한성을 지닌 우연성 아래의 인간, 과연 우리는 초월에의 갈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의미와 구원을 질문해왔다. 종교는 바로 이 궁극적 관심사에 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응답이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신비적이고 근원적인 종교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종교철학이다. 이 만남은 때로 긴장과 갈등을 동반하지만, 바로 그 긴장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종교도 나름의 체계와 교리를 갖고 있기에, 철학적 접근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제도화된 종교의 형태와 교리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 있을수록, 종교를 믿는 신앙은 더욱 건전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인류 문명의 거대한 축을 이루는 종교 현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강의는 종교에 대한 대담하고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인간 실존의 가장 깊은 질문들과 마주하는 지적 모험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종교철학이라는 오래된 지혜의 전통 속에서, 우리 시대의 종교적 질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