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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독일 시인은 불안, 시간, 독서, 죽음, 사랑이라는 실존의 핵심 주제들을 섬세한 언어로 직조해냈다. 이 강좌는 릴케의 시 세계를 이들 다섯 가지 키워드로 엮어 조망하며, 그의 작품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다.
릴케가 살았던 세기 전환기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로 인한 불안이 만연했던 시대였다.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 속에서 자란 릴케는 유년 시절의 상처와 시대적 불안을 예민하게 감각하며 자신만의 시적 언어를 구축해갔다. "표범", "가을날" 같은 대표작은 물론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등 주요 작품들을 함께 읽어가며, 우리는 현상 너머의 본질을 꿰뚫는 릴케의 통찰을 만난다.
이 강좌의 특별함은 릴케의 시를 고립된 텍스트가 아닌, 당대 지성사의 맥락 속에서 읽는다는 점이다. 조각가 로댕, 철학자 니체, 정신분석가 루 살로메, 철학자 하이데거와 가다머 등 릴케와 교류하거나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를 살핌으로써 작품 세계에 대한 입체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 강의특징
이 강좌는 릴케만의 독특한 시적 언어에 주목한다. '침묵', '천천히'와 같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 '뜨거운 얼음'처럼 모순되는 개념들의 병치가 어떤 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릴케의 '사물시'가 무엇인지, 왜 시적 자아 대신 사물 자체를 주체로 세웠는지 이해하게 된다.
릴케의 시에서 발견되는 명령문들은 우리 삶의 태도를 반추하게 만든다. "머무름 속에 스스로를 가둔 것, 그것은 이미 굳은 것이다."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라." "끊임없이 변화에 돌입하라." 이러한 명령들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극복과 변화의 모티브를 담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나무가 아름다운 나이테를 갖듯, 릴케는 고통과 불안을 통과하며 성숙해지는 삶의 과정을 노래한다.
강의는 로댕의 비서로 일하며 '사물'을 배웠던 릴케가 어떻게 사물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전환했는지 추적한다. 창살 속 표범은 갇혀 있지만 동시에 갇혀 있지 않은 역설을 통해, 존재의 형식을 벗어던지고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릴케의 묘비명에 등장하는 장미는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품은 상징체로서, 이면의 진리를 보라는 시인의 메시지를 전한다.
■ 추천대상
릴케의 시를 읽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사람들에게 이 강좌는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시집을 펼쳐도 난해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릴케의 언어가, 주제별 분류와 맥락적 설명을 통해 명료하게 다가온다.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나 일반 독자라면 릴케를 통해 니체, 하이데거, 가다머 등 현대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함께 접할 수 있다. 내적세계공간, 피투와 기투, 비은폐성으로서의 진리 같은 철학적 개념이 릴케의 시적 언어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지적 경험이다.
삶의 불안과 우울,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릴케의 시에서 위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죄인"이라는 릴케의 선언, 죽음을 삶의 마지막 열매로 포용하라는 메시지는 실존적 고민에 대한 깊이 있는 응답이 된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 강좌는 시 읽기를 넘어 로댕의 조각, 클림트의 그림, 바그너의 음악, 동양의 심우도와 수월관음도까지 아우르는 종합 예술 강좌가 된다.
■ 수강팁
강의는 총 8강 32교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강의는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순서대로 듣는 것을 권장하지만,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강의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다만 2강 '사물과 사물시'는 릴케 이해의 핵심이므로 반드시 청취하길 권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릴케의 시집을 곁에 두고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시편들을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자. 릴케의 시는 묵독보다 낭독할 때 그 리듬과 음악성이 더 잘 느껴진다.
철학적 개념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니체의 '영원회귀' 같은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이것이 릴케의 시적 언어로 어떻게 변환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좋다. 철학은 시를 이해하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강의 자료가 필요하다면 이메일로 요청할 수 있다. 특히 시 원문과 번역, 참고 이미지 자료는 복습할 때 유용하다. 메모하며 듣되, 모든 것을 받아적으려 하지 말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개념 위주로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릴케의 시를 주제별로 엮어 설명하는 구성이 시 세계 전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문학 강의가 아니라 당대 지성사를 함께 훑어보는 종합 인문 강좌라는 점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사물시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는 반응이 많다. "외부의 사물이 사지를 관통해 심장까지 관통한다"는 표현, 사물 이면의 본질을 보라는 메시지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머무르지 말고 스스로를 가두지 마라"는 릴케의 명령문이 삶의 전환점에서 큰 용기를 주었다는 후기도 있다. 이직, 관계의 변화, 상실감 등 개인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릴케의 극복과 변화의 메시지가 실질적 위로가 되었다.
다만 일부 수강생은 철학적 개념이나 당대 지성인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시 자체의 언어적 아름다움이나 이미지 분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또한 4강 '시간' 부분이 다소 길고 설명이 장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사의 발음이 간혹 뭉개지는 부분이 있어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수강생은 이동용 강사의 깊이 있는 해석과 통찰력을 높이 평가한다. 릴케의 시를 통해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강의를 듣는 내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는 반응이다. "인생 강의 중 하나"라는 평가도 있다.
■ 마치며
릴케는 세기 전환기의 불안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노래했다.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 산업화된 도시의 슬픈 풍경 속에서도 그는 머무르지 않고 나아갔다. 창살 속 표범처럼 갇혀 있으되 갇혀 있지 않은 역설의 힘으로, 현상 너머의 본질을 향해 나아갔다.
이 강좌는 단순히 릴케의 시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의 실존적 질문들과 마주하게 한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죽음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릴케의 언어는 이 질문들에 대한 직접적 답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통찰과 용기를 건넨다.
"사랑하지 않으면 죄인"이라는 릴케의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사물의 본질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며,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그 모든 과정이 사랑의 행위다. 릴케가 장미에서 본 것처럼, 현상과 본질이 분리되지 않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강의를 듣고 나면 릴케의 시집을 펼칠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시를 읽는 것을 넘어, 일상 속 사물들을 다르게 보게 된다. 창밖의 나무, 책상 위의 찻잔, 거리를 걷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릴케가 말한 '사물'이 되어 우리의 사지를 관통하고 심장까지 닿는다. 그것이 바로 시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다.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