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시경』의 '주남'과 '소남'에 수록된 22편의 시를 함께 읽는다. 기원전 11~6세기, 중국 고대인들의 노래를 모은 가요집이다. 채시관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민정과 풍속을 살피고 기록한 노래들. 그 속에는 경전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아니라 인간의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진솔한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남녀의 사랑, 부모를 향한 효심, 멀리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 제후의 걱정, 제사를 준비하는 마음.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오래된' 감정들이다. 『시경』은 고대 동아시아가 도덕과 명분의 세계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하고 풍부한 세계였음을 알려준다.
8강에 걸쳐 한자 한 글자, 한 구절을 꼼꼼히 읽고, 한 편의 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살핀다. 민속학, 사회학, 문화인류학의 성과를 반영한 접근이다. 팥배나무에서 나무 신 숭배를, 물고기에서 자손 번식의 기원을 읽어낸다. 고대의 일상과 원시 문화, 종교 관념을 함께 가늠하게 된다.
■ 강의특징
경전이 아닌 고전으로 접근한다. 낡은 것은 버리지만 오래된 것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시경』을 유가 경전의 권위보다 사람들의 노래로 읽자는 제안이다. 공자는 시경을 읽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한 것과 같다고 했다. 답답하고 캄캄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노래 속 언어와 풍속, 마음의 풍경이 함축하는 내용을 살피며 인간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해석 방법을 소개한다. 한자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민속학적으로는 토테미즘과 나무 신앙을, 사회학적으로는 노동요와 풍자 시를, 문화인류학적으로는 원시신앙과 제사 의례를 본다. 한 편의 시가 얼마나 풍부한 맥락을 담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고대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물수리가 우는 소리, 칡덩쿨이 뻗는 모습, 복숭아나무가 꽃피는 장면. 구체적인 자연물과 일상의 풍경 속에서 고대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았는지 가늠한다. 시 속에 등장하는 식물, 동물, 자연 현상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꼼꼼히 짚어간다.
흥·부·비의 시적 기법을 이해한다. 흥은 일으켜 시작함이고, 부는 펼쳐 서술함이며, 비는 빗대어 비유함이다. 『시경』의 시들이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는지 기법적 차원에서도 접근한다. 시의 언어가 갖는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 추천대상
동양 고전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시경』은 동아시아 문화의 근간이다. 유학의 경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들의 노래다. 경전으로서가 아니라 고전으로서 『시경』을 만나고 싶다면 이 강의가 좋은 출발점이 된다. 한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주므로 한문 실력이 부족해도 괜찮다.
시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롭다. 2,500년 전 노래가 여전히 감동을 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랑의 설렘, 이별의 슬픔, 그리움의 애틋함.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의 보편성을 확인하게 된다. 시가 갖는 언어적 아름다움과 함께 고대 시가의 형식미도 배운다.
인류학이나 민속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익하다. 토테미즘, 나무 신 숭배, 원시신앙, 자손 번식 기원. 『시경』을 통해 고대 중국의 종교 관념과 원시 문화를 엿본다. 문학 텍스트를 인류학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사례가 된다.
동아시아 정신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도 권한다. 유행가가 명곡으로 남듯 『시경』의 시들도 동아시아인들의 마음에 흘러 정신세계를 형성했다. 우리가 어떤 문화적 뿌리를 가졌는지, 어떤 감정의 원형을 공유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 수강팁
1강부터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다. 1강에서 『시경』 전체에 대한 소개와 읽는 방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풍·아·송의 구분, 흥·부·비의 기법, 『시경』을 고전으로 읽는다는 것의 의미. 이 기초 위에서 2강부터 구체적인 시 읽기가 시작된다.
각 시의 원문과 함께 듣기를 권한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원문을 보면서 듣는다면 훨씬 이해가 깊어진다.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 시의 구조와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며 들으면 좋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강의에서 자세히 설명해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 속에 등장하는 동식물에 주목하자. 물수리, 칡, 도꼬마리, 복숭아나무, 팥배나무, 매실, 여치, 물고기. 이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상징과 의미를 담은 기호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동식물이 고대 중국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 메모하며 듣자.
여러 해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한 편의 시에 대해 문자적 해석, 민속학적 해석, 사회학적 해석이 공존한다. 어느 하나만이 정답은 아니다. 다양한 관점이 시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점을 즐기며 들으면 좋다.
■ 마치며
낡은 것은 버리지만 오래된 것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시경』은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이다. 2,500년 전 사람들이 부른 노래가 지금도 우리 마음에 흐른다. 사랑하는 마음, 그리워하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경』을 읽는다는 것은 고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물수리 우는 소리를 듣고, 칡덩쿨이 뻗는 모습을 보며, 복숭아꽃이 피는 봄을 맞이하던 그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마음으로 감정을 느끼는 경험이다.
공자가 말했듯 시를 읽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한 것과 같다. 답답하고 캄캄하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 세상이 열린다. 언어와 풍속과 마음의 풍경이 함축하는 것들을 이해하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가 더해진다. 오늘날 유행가가 명곡으로 남듯, 『시경』도 우리 정신세계에 흐르고 있다. 그 낡지 않은 노래를 함께 들어보자.
임종수(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전공으로 석사, 같은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현 한국고전번역원)을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틈틈이 대학원생들의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지도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동양고전을 강의하고, 감리교신학대학에서는 동양철학과 고전, 종교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동양고전 산책』 등이 있고, 번역서로 장파 지음 『중국 미학사: 상고시대부터 명청시대까지』(공역, 201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