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악명 높은 고전이다. 중요한 책이라고 이름은 자주 들지만 정작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철학의 전선에서 지금도 새로운 논쟁과 영감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소환되는 책이라면, 언젠가 진지하게 만나볼 가치가 있다.
이 강의는 『정신현상학』의 2부, 소위 '정신' 장을 중심으로 다룬다. 흔히 입문 강의는 '의식'과 '자기의식' 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정신' 장에 있다. 『정신현상학』이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역사적으로 실현된 정신의 발전 과정을 변증법적으로 서술하는 책이라고 할 때, 그 내용이 압축적으로 제시된 부분이 바로 '정신' 장이기 때문이다.
'정신' 장은 『정신현상학』 전체 구성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사회라는 실체를 통해 구현된 인간 정신은 역사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헤겔은 그 과정을 압축적으로 포착한다. 예속적 상태에서 더욱 자유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정신의 이행, 그것은 시대와 정신사를 관통하는 원리다. 사회를 발전시킨 동력과 계기에 대한 반성과 통찰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미 도래했고 또 도래해야 할 미완성의 현재를 고민하게 한다.
10강 40교시에 걸쳐 그리스 정신(<안티고네>)부터 로마법의 세계, 근대 사회의 등장, 계몽과 신앙의 투쟁, 프랑스 혁명과 절대적 자유, 칸트주의, 낭만주의적 양심, 그리고 헤겔의 절대정신까지 다룬다. 도래해야 할 더 자유로운 사회의 모습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헤겔의 '정신'이 던지는 묵직한 주제와 예리한 통찰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 강의특징
이병창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정신 개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헤겔 전문가다. 동아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 명예퇴직 후 현대사상사 연구소 소장으로서 헤겔 철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정신현상학』 앞부분에 대한 해석적 강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고 책으로 정리했다. 서문과 서론을 다룬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먼빛으로, 2010), '자기의식' 장을 해명한 『불행한 의식을 넘어』(먼빛으로, 2012)가 그것이다. 집필과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교직에서 물러난 후 지난 10여 년간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와 사회문제 등 철학을 확장한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저술을 발표했다. 이 강의는 몇 년 만에 다시 『정신현상학』 주해 강의로 돌아와 40년 연구를 쉽게 풀어낸 결과다.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헤겔 철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점이다. 2강에서는 그리스 정신과 <안티고네>를 분석하며 가족과 국가의 원리를 다룬다. 3강에서는 로마법의 정신과 자유로운 인격의 출현을 탐구한다. 4강은 근대 사회의 등장과 소외의 문제를, 5강은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를 통해 분열된 의식과 계몽주의를 다룬다.
6강은 프랑스 혁명과 절대적 자유, 공포정치를 다루며 헤겔의 프랑스 혁명 해석을 제시한다. 7~8강은 칸트의 도덕론과 자유의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헤겔의 칸트 비판을 전개한다. 9강은 낭만주의적 양심 개념과 양심의 공동체를 다룬다. 10강은 '아름다운 영혼'과 양심의 분열을 거쳐 헤겔의 절대정신과 민주주의, 도래해야 할 사회에 대한 전망으로 마무리된다.
난해하지만 헤겔이 그러했듯이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을 통해 추상적이기 짝이 없는 개념들을 강의실로 끌고 내려온다. <안티고네>, <라모의 조카> 같은 문학작품, 바로크 문화,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사례가 동원된다. 강의록이 제공되어 복습에 큰 도움이 된다.
■ 추천대상
철학과 학생에게는 필수 강의다. 『정신현상학』은 헤겔 철학의 정수이자 근대 이후 철학의 근간이 되는 텍스트다. 특히 '정신' 장은 헤겔 변증법의 핵심이 응축된 부분이므로, 철학 전공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 헤겔을 연구한 이병창 교수의 40년 내공을 흡수할 절호의 기회다.
인문학과 역사에 관심 있는 교양 독자에게도 적합하다.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정신사의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 나열이 아니라, 각 시대 정신의 특성과 변증법적 이행 과정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안티고네>, 로마법,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 같은 주제에 관심 있다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가진 20~40대 직장인과 대학원생에게 추천한다. '예속적 상태에서 더 자유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정신의 이행'이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헤겔의 민주주의와 '도래해야 할 사회'에 대한 논의(10강)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다만 완전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헤겔 철학, 칸트 철학, 변증법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수월하다. 이병창 교수의 다른 강의나 저서(『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 『불행한 의식을 넘어』)를 먼저 접한 후 이 강의를 듣는 것을 권장한다.
■ 수강팁
18시간 47분의 긴 강의이므로 체계적 계획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1~2강씩 천천히 소화하는 것이 좋다. 각 강의가 평균 110분 정도로 길기 때문에, 한 번에 몰아보기보다는 교시별로 나눠서 듣는 것을 권장한다. 1교시(20~30분)를 듣고 잠시 휴식하며 내용을 정리한 후 다음 교시로 넘어가자.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반드시 활용하자. 강의를 들으면서 강의록을 함께 보거나, 강의를 먼저 듣고 강의록으로 복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헤겔의 개념들이 추상적이고 난해하므로, 강의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수강생 후기가 많다.
1강은 낭만주의와 『정신현상학』의 배경을 다루므로 반드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전체 강의의 맥락을 잡는 데 중요하다. 2~6강(그리스 정신부터 프랑스 혁명까지)은 역사적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7~9강(칸트주의와 낭만주의)은 철학적 논의가 집중되므로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막히면 일단 넘어가고 10강의 큰 그림을 먼저 파악한 후 다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강의 중 언급되는 문학작품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안티고네>, <라모의 조카>, 프랑스 혁명 등을 간단히 검색해보고 강의를 들으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특히 5강에서 다루는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는 미리 읽어두면 좋다.
강의 시간이 길어서 버거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듣기에는 부적합하다. 주말이나 여유 있는 시간대를 확보해서 집중적으로 듣는 것이 좋다. 영상 버퍼링 문제가 가끔 있다는 후기가 있으니,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수강하자.
■ 수강후기에서
"드디어 핵심을 잡았다. 이병창 교수의 오랜 연구 내공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강의. 예속적 상태에서 더 자유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정신의 이행이라는 주제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많은 수강생이 헤겔 철학의 핵심을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스부터 근대까지 정신의 역사를 따라가며, 방대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헤겔의 '정신' 개념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체계적으로 배웠다. 문학과 역사까지 아우르는 교수님의 해설이 일품이다." 단순한 철학적 개념 학습을 넘어 문화적·역사적 맥락까지 이해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박학다식한 강의자의 내공. 사변 철학의 깊이를 느꼈다. 특히 낭만주의 비판과 헤겔의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유의 힘을 키워주는 강의였다는 반응이다.
다만 "기대했던 것보다 어렵다. 칸트주의 비판 부분에서 머리가 띵했다. 강의록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헤겔 입문자에게는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양이 너무 방대하다. 한 강좌당 시간이 2시간 가까이 되고 내용 밀도가 높아서 직장인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추상적이고 지루했다. 예시로 드는 문학·예술 작품이 생소해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부정적 후기도 일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은 "명불허전", "헤겔 강의는 역시 이 교수님",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고 극찬했다.
■ 마치며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근대 철학의 금자탑이다. 그중에서도 '정신' 장은 인간 정신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변증법적으로 서술한 백미다. 그리스 정신에서 로마 법의 세계, 근대 사회의 등장,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칸트의 도덕철학과 낭만주의를 거쳐 절대정신에 이르는 여정은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다. 그것은 예속에서 자유로 나아가는 인간 정신의 드라마다.
헤겔은 프랑스 혁명을 목격하며 절대적 자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았다. 공포정치의 비극을 통해 단순한 일반의지로는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칸트의 도덕법칙을 비판하며 추상적 자유의지를 넘어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실현되는 구체적 자유를 추구했다. 낭만주의의 개인적 양심을 넘어 공동체적 양심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도래해야 할 사회'를 향한 헤겔의 고민이었다. 이병창 교수는 이러한 헤겔의 사유를 40년간 연구한 끝에 이 강의로 집약했다. 난해한 개념들을 <안티고네>, <라모의 조카> 같은 문학작품과 역사적 사건들로 풀어내며, 추상을 구체로 끌어내렸다.
이병창 교수는 『정신의 오디세이』(먼빛으로, 2021),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먼빛으로, 2018), 『자주성의 공동체』(먼빛으로, 2017)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헤겔 철학과 마르크스주의를 대중에게 전파해왔다. 영화 철학과 문화 철학 분야에서도 활발히 저술했다.
악명 높은 고전, 헤겔의 『정신현상학』. 어렵지만 언젠가는 만나야 할 철학의 정점. 이병창 교수의 40년 내공과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떤가? 정신의 역사를 따라 걸으며, 도래해야 할 더 자유로운 사회를 함께 꿈꾸어보자.
이병창(철학자)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수학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정신 개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 2월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현대사상사 연구소 소장으로서 헤겔 철학과 정신 분석학 및 마르크스 주의를 연구하면서 문화 철학 및 영화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