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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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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19세기의 사상가 마르크스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강좌는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그의 사상을 현재와 미래의 문제로 불러오는 계기로 삼는다. 고병권, 최진석, 이진경 세 명의 연구자가 마르크스의 박사 논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에서부터 『독일 이데올로기』, 『자본』, 『공산주의 선언』, 『프랑스 내전』, 『고타 강령 비판』에 이르기까지 6개의 핵심 텍스트를 선별했다. 각 텍스트는 마르크스 사상 전개의 중요한 지점이자, 동시에 지금 우리 시대의 절박한 물음들과 직접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강좌가 복원하려는 것은 '진짜 마르크스'가 아니다. 강사들은 마르크스가 말했던 것이나 말했어야 했던 것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텍스트 안에 잠재된 미래의 가능성을 읽어낸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경제, 우발성과 사건이 지배하는 세계, 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 같은 21세기의 문제들과 마주하며 마르크스를 다시 읽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마르크스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적 사건의 텍스트로 우리 앞에 선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되, 각 텍스트를 현재적 문제의식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고병권은 박사 논문에서 우발성과 사건의 유물론을 끌어내고, 『공산주의 선언』에서 유령의 시간성과 미래적 사건의 의미를 발견한다. 최진석은 『독일 이데올로기』를 통해 유물론적 실천의 의미를 묻고, 『프랑스 내전』에서 파리 코뮨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역설을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과 연결시킨다. 이진경은 『자본』의 축적 법칙을 현재의 금융화와 인공지능 시대에 적용하며, 『고타 강령 비판』에서 자본주의 이후 체제로의 이행 가능성을 탐색한다.
강의 전반부는 유물론-역사유물론-자본주의 법칙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는 코뮨과 코뮨주의라는 도래할 공동체의 비전을 다룬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클리나멘, 내재성, 우발성, 낯선 힘, 이윤율 저하, 금융화, 코뮨적 관계 같은 개념들은 추상적 철학 용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삶을 규정하는 구체적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각 강사의 전문성도 주목할 만하다. 세 사람 모두 수유너머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며 마르크스를 비롯한 현대 철학을 연구해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학문 제도 밖에서 자율적으로 연구하며 동시에 대학과 야학에서 강의하고, 다수의 저서를 출간해온 활동적인 연구자들이다. 이들의 강의는 학술적 엄밀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생생함을 지닌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마르크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넘어 그의 사상을 현재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자본주의의 위기와 미래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마르크스를 단순히 과거의 이념으로만 접했던 사람들, 철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하며 마르크스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려는 학생들에게 권한다. 또한 인공지능, 금융화, 기후위기 같은 21세기적 문제들을 사유할 새로운 틀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다만 이 강좌는 입문 수준이 아니다.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이나 기본 개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강의를 따라가기 수월하다. 『자본』이나 『공산주의 선언』을 한 번쯤 읽어본 경험이 있다면 더욱 좋다. 강사들은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매우 학술적이고 철학적인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철학 개념이나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현실 정치나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이론적 사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혹은 마르크스에 대한 강한 이념적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강좌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좌파적 관점에서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거나, 탈근대 철학과 유물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이고 생산적인 배움의 장이 될 것이다.
■ 수강팁
각 강의는 140분 안팎으로 길고 내용의 밀도가 높다. 한 번에 몰아서 듣기보다는 교시별로 나누어 듣고, 핵심 개념이나 논점을 메모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생소한 철학 용어나 개념이 나올 때마다 잠시 멈추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강의록을 참고하며 이해를 다지는 것을 권한다. 클리나멘, 내재성, 코뮨적 관계 같은 핵심 개념은 여러 강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처음 나올 때 확실히 이해해두면 이후 강의를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강의 순서는 마르크스의 사상적 전개를 따르지만, 각 강의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다. 만약 특정 주제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면 그 강의부터 먼저 듣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현재 자본주의 경제에 관심이 많다면 3강 『자본』 강의를, 공동체와 정치 이론에 관심이 있다면 5강과 6강을 먼저 들어도 무방하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 순서대로 듣는 것이 가장 좋다.
강의를 들으면서 마르크스의 원전을 함께 읽는다면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 강좌 소개에 나온 각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본을 참고 자료로 준비해두고, 강의에서 다룬 부분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강사들이 인용하거나 해석하는 구절을 원문으로 확인하면 그들의 독해가 얼마나 창조적인지, 또 텍스트가 얼마나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세 명의 강사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강의하므로, 처음에는 전환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고병권의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접근, 최진석의 역사적 맥락과 텍스트 분석, 이진경의 경제학적이고 체계적인 설명 방식을 각각 즐기며 듣는다면 오히려 마르크스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 강좌가 마르크스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적이고 미래적인 사상으로 만나게 해주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 코뮨주의의 가능성, 우발성의 유물론 같은 주제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수강생은 "견고한 것은 녹아 사라진다는 명제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부르주아 현대성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강의의 학술적 깊이와 밀도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있었다. 마르크스를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들은 세 강사의 전문성과 내공이 느껴지는 탁월한 강의라고 극찬했지만, 초심자들은 용어와 개념이 너무 어렵고 난해해서 여러 번 되돌려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입문자용이 아니라 심화 연구자를 위한 강의"라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1강의 클리나멘, 내재성, 위대한 모순 같은 개념들은 철학 비전공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강의 시간의 길이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140분 내외의 긴 강의를 출퇴근 시간에 쪼개 듣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고, 교시별 분량을 좀 더 짧게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었다. 반면 내용의 깊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의록에 대해서는 주요 주제만 요약되어 있어 개념 정의가 더 상세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표현되었다.
세 명의 강사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강의하는 점에 대해서도 반응이 갈렸다. 어떤 수강생은 다양한 관점에서 마르크스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수강생은 강사마다 용어 선택과 전개 방식이 달라 집중력이 분산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로 각 강사의 전문 분야에서 나온 강의가 서로 보완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정치적 색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강의 전반에 좌파적 관점이 강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르크스를 다루는 강좌의 특성상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부분이며, 오히려 비판적 시각을 명확히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 마치며
이 강좌는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전을 현재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강사들은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경전처럼 떠받들지도, 과거의 유물로 박제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마르크스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우발성, 해체, 잠재성, 이행이라는 열린 가능성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21세기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예측과 처방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다. 누군가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고, 누군가는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한다. 이런 시대에 마르크스의 사상은 단선적 진보나 결정론이 아니라, 우발성과 사건의 철학으로, 탄력적 이행과 열린 전개의 실천으로 읽힐 수 있다. 이 강좌가 세우는 6개의 기념비는 과거를 회고하는 묘비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향한 이정표다.
강의를 듣다 보면 마르크스가 살았던 19세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본의 축적 법칙, 이윤율 저하, 금융화, 기술 발전과 실업의 관계, 국가와 공동체의 긴장 같은 주제들은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동시에 인공지능, 코뮨적 관계, 증여 경제 같은 새로운 가능성 역시 마르크스의 텍스트 안에서 이미 사유되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강좌는 쉽지 않다. 철학적 개념과 경제학적 분석, 역사적 맥락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강사들은 수강생에게 상당한 수준의 사전 지식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이 강좌를 통과한 사람은 마르크스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그 너머를 사유하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언어는 과거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미래로부터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 강좌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고병권(사회학자)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서유럽에서 근대 화폐구성체의 형성」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학문자율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니체와 들뢰즈 및 민주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문제들을 연구하며 집필, 강연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마르크스, 니체, 루쉰, 스피노자 등을 함께 읽고 공부하며 살아간다.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