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삶의 무게와 얽혀 있는 모든 문제는 고통으로 연결된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한 막막함, 미궁 속에 갇힌 듯한 답답함,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하는 안타까움, 어떻게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무기력 등 이성을 가진 인간이 처할 수 있는 모든 문제 상황 앞에는 고통이라는 무서운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돌이 별이 되게 하는 철학, “염세주의 철학”
쇼펜하우어는 “모든 인생은 고통”이라고 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생에게 해탈의 메시지를 전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생(生)철학인 동시에 염세주의 철학이다. 존재의 무게를 지닌 우리의 인생을 ‘돌’이라고 표현해보면(특별히 ‘돌’은 쇼펜하우어가 즐겨 사용하던 비유다), ‘돌’이 ‘별’이 되게 하는 철학이 바로 염세주의 철학이다.
염세주의 철학은 기독교 사상처럼 은총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불교의 사상처럼 해탈을 지향하는 철학이다. 그러니 우리 존재를 별로 만드는 건 신도 부모도 선생도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스스로를 별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삶을 염세적으로 통찰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에 대한 희망을 갖는 쇼펜하우어의 형이상학적 철학
이번 강의에서 다루게 될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고통으로 충만한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상처 많은 인생에게 빛으로 충만한 구원의 길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도 하며, 구속된 정신에게 해탈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힘들지만 읽고 나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산 정상에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바람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얻을 것이다.
나는『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즉각 ‘그래, 바로 이것이야’, 하고 생각했다.
- 앙드레 지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윤동주 시인의 고통을 느껴본 자라면 쇼펜하우어 철학은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 아픔을 아는 자만이 쇼펜하우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가시를 몸 안에 지닌 생선처럼 고통을 안고 방황하는 정신에게 염세주의 철학은 유용한 묘약처럼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
그는 헤겔을 중심으로 한 독일 관념론이 맹위를 떨치던 19세기 초반, 이에 맞서 의지의 철학을 주창한 생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칸트의 인식론과 플라톤의 이데아론, 인도 베단타 철학의 범신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독창적이었으며, 니체를 거쳐 생의 철학, 실존철학, 인간학 등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나이 서른에 완성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는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으로 헤겔로 대표되는 이성 철학을 거부하고 세계를 이성이 아닌 ‘의지’에 의해 파악하려고 했다. 그는 표상의 세계가 지닌 한계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어야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염세주의
인간의 삶은 고통뿐이며 따라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사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나쁜'을 뜻하는 라틴어 malus의 최상급 pessimus에서 유래한 말이며, 낙관주의(optimism)에 대응한다. 이러한 염세주의적 사유는 오르피즘(오르페우스가 창시했다고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의 밀교로 영혼이 육체에서 해방됨으로써 신과 합일할 수 있다고 믿음)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인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염세주의가 근대 이후 다시 주목받은 것은 쇼펜하우어의 사유로부터 비롯된다. 현재의 세계를 가능한 것 중 가장 좋은 세계라고 본 라이프니츠와는 반대로, 그는 인간이 처한 세계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세계 중 가장 나쁜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이러한 사유는 세계를 의지, 혹은 의지의 작용으로 파악하는 그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염세주의(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전하는 선생님의 한 마디
“어떤 이에겐 낙관적인 철학이 어울리고 또 어떤 이에겐 비관적인 철학이 어울립니다. 쇼펜하우어와 만나는 이 시간 동안 여러분을 염세주의 철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비관적이어도 낙관적이어도 좋습니다. 쇼펜하우어와의 만남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