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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문학의 최고봉, 연암 문학을 읽는다는 것
연암은 우리 고전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만합니다. 『연암집』을 읽는다는 것은 고전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연구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도전입니다. 지극히 아름답지만, 또 지극히
난해하지요. 하지만 연암의 글이 그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글은 당시 사대부들뿐만 아니라 여인들과 중인들에게까지 필사되어 읽혔을
정도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으니까요. 오죽하면 군왕이었던 정조가 연암을 글을 읽지 못하도록 금지했겠어요. 그만큼 파급력이 컸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암은 혈연이나 정치적 계보로 치면 당시 신분사회의 최상층부에 있었던 주류였지만 거기에 조금도 얽매이지
않았어요.
빛나는 문장,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
오히려 연암은 당시 양반지배층들의
고루하고 위선적인 관념을 선뜻 뛰어넘었던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백동수 등 서얼 출신들과 마음을 터놓고 진실하게 교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인들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고 참외 파는 사람, 돼지 치는 사람도 서슴없이 자기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떠돌이 거지나 이름
없는 농부, 땔나무 하는 사람, 시정의 왈패 등 하층민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점에서 연암은 진정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였습니다. 연암의
빛나는 문장은 바로 그런 자유로운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자』를 넘나드는 신랄한 풍자와 날렵한
비유
연암의 글은 호탕함에서는 『맹자』와 견줄 만하고 신랄한 풍자와 날렵한 비유에서는 『장자』를 넘나듭니다.
하지만 중국의 고문을 모방하는 글쓰기에 얽매어 있었던 당시 대부분 지식인들은 연암의 글을 잡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시대를 꿰뚫어 보는
예리한 감각으로 양반지배층의 위선과 가식을 날카롭게 비판했는데, 읽는 이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해박한 지식, 불한당도 여지없이
설복시키는 명쾌한 논리, 마치 눈앞에서 대상을 보는 듯 착각하게 하는 사실적인 표현, 읽고 있으면 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절묘한 비유 등으로
많은 독자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조선 시대 최고의 산문작가, 연암
박지원
그의 글은 읽는 사람을 웃기기도 하고 울게도 하며 머리털이 쭈뼛 서게 하거나 목이 메게 하는가 하면 무릎
치며 탄복하다가 종래 가슴이 아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마력이 있습니다. 우리 고전을 읽으면서 이 모든 경험을 맛보고 싶다면 연암을 읽을
일입니다.
전호근(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16세기 조선성리학의 특징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가톨릭대, 경기대, 동국대, 방송대, 중앙대 등 다수의 대학과 고전 국역 기관에서 《논어》, 《맹자》, 《주역》등의 동양 고전을 활발히 강의하면서, 고전 번역 분야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더불어 전통 의학을 현대인의 삶에 녹여내는 번역과 연구, 출판 활동을 겸하고 있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 및 편찬실장을 지냈고, 현재 경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