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극적인 삶에서 꽃핀 문학
28세에 사형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있다. 사형 집행일, 그 남자에게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일생에 가장 귀한 시간일 수 있는 그 5분을 그는 다음과 같이 쓰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작별 기도하는 데 2분, 하나님께 감사하고 다른 사형수들에게 작별하는 데 2분, 그리고 눈앞의 자연과 지금까지 서 있게 해준 땅에게 감사하는 데 1분. 그에게 기도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사형수들과 잠깐 작별의 인사를 나누자 벌써 4분이 지나버렸다. 곧 죽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다시 한 번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하고 회한의 눈물이 흘렀다. 그때 기적적으로 사형 집행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 사나이는 이 5분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고, 이후 러시아의 문학사에 큰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일화로, 그 주인공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과장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은 극적인 사형 선고 외에도 지독한 가난, 간질, 시베리아의 유랑 생활 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야기가 과장되어 있다면, 그 과장은 그의 삶에 경외를 느낀 자들의 헌사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최후의 역작인 이 소설은 그의 극적인 삶 자체가 녹아들어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 강의에서는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의 한 축을 든든히 담당하고 있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작품들을 간략히 훑어보고, 그의 삶이 그의 최고 걸작이자 미완의 소설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상과 윤리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현우(서평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에 서평과 칼럼을 연재해 왔으며, 특히 ‘로쟈’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http://blog.aladin.co.kr/mramor)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서평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림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인문학을 주제로 활발히 글을 쓰고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