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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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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맑스주의는 150여 년 동안 세계 사상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이론이자 실천 운동이었다. 잉여가치론, 혁명, 자본론, 공산주의 같은 단편적 이미지는 익숙하지만, 정작 맑스주의가 어떻게 탄생하고 전개되었는지, 각 시대와 지역에서 어떤 균열과 변형을 겪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 강의는 맑스주의를 단순히 완결된 교조로 접근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가 사는 시대에 무엇을 맑스주의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정환 교수는 탈근대 관점에서 맑스주의의 역사적 과정을 재조명한다. 맑스의 소외론과 잉여가치론에서 출발해 레닌의 제국주의론과 혁명 전략, 로자 룩셈부르크의 대중파업론, 독일과 유럽의 평의회 운동,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 알튀세르의 구조주의적 맑스주의, 푸코와 들뢰즈의 우회적 맑스주의 독해, 그리고 네그리의 자율주의적 맑스까지 150여 년의 사상적 궤적을 연대기적으로 추적한다. 총 16강 33교시로 구성된 이 강의는 맑스주의를 '삶 정치학'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각 시대 주요 쟁점들을 중심으로 맑스주의의 탄생과 확산, 균열과 쇠퇴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맑스주의를 '사상의 역사'가 아닌 '운동의 역사'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조정환 교수는 추상적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1905년과 1917년 러시아 혁명, 독일의 래테(평의회) 운동, 1968년 혁명 같은 구체적 역사 사건 속에서 맑스주의가 어떻게 실천되고 변형되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평의회주의자들과 독일혁명에 관한 이야기는 맑스주의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귀중한 내용이다.
강의는 '능동적 구성의 역능', '계급의 정치적 구성', '탈주권적 계급구성론' 같은 개념을 통해 맑스주의를 새롭게 읽어낸다. 맑스, 레닌, 룩셈부르크의 '카이로스(결정적 시간)'에 주목하면서, 각 시대가 요구한 혁명적 순간과 그 한계를 분석한다. 또한 스탈린주의와 파시즘, 케인즈주의라는 20세기 중반의 복잡한 정치경제 지형 속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어떻게 비판이론을 발전시켰는지, 전후 서구 좌파가 어떤 사상적 분기점에 섰는지 조명한다.
강의 후반부는 알튀세르의 '이론적 실천'과 '우발성의 유물론', 푸코의 권력론과 생명정치, 들뢰즈의 욕망론과 노동거부론, 네그리의 비물질노동론과 다중 개념으로 이어지면서, 21세기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새로운 이론적 도구들을 제시한다. 매 회차 제공되는 상세한 보충 자료(한글파일)는 강의 내용을 심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맑스주의에 대한 파편적 지식만 가지고 있거나, 막연한 관심만 있었던 이들에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 기회다. 80년대 변혁운동을 경험했지만 그 이론적 배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이들, 혹은 맑스주의가 현재에도 유효한지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특히 현대철학과 정치경제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사회운동가, 인문학 독자들에게 적합하다.
단, 이 강의는 맑스주의의 '내용'을 상세히 가르치기보다는 그 '흐름과 변천'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자본론이나 공산당선언 같은 원전을 꼼꼼히 읽고 싶은 이들보다는, 맑스주의가 어떻게 분화하고 발전했는지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들에게 더 적합하다.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네그리 같은 현대 사상가들의 작업이 맑스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강의가 다소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평가도 있으므로, 구체적 사례와 명확한 개념 정의를 선호하는 학습자라면 여러 차례 반복 청취하거나 보충 자료를 꼼꼼히 읽어가며 수강하는 것이 좋다.
■ 수강팁
각 강의 전에 제공되는 한글 보충 자료를 미리 읽어보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자료에는 강의 내용을 요약한 개념들과 인용문들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어, 사전 학습 없이 강의만 들으면 놓치기 쉬운 핵심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맑스의 소외론과 잉여가치론, 레닌의 제국주의론 같은 기본 개념은 사전에 간단히라도 숙지하고 들으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강의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가급적 순서대로 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관심 있는 사상가나 시기가 명확하다면(예컨대 평의회 운동, 프랑크푸르트학파, 네그리) 해당 강의부터 먼저 듣고 나중에 전체를 복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강의가 이론적으로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 번에 여러 강의를 몰아듣기보다는 한두 강씩 듣고 소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다.
알튀세르 이후의 현대 이론(11~16강)은 특히 난이도가 높으므로, 푸코나 들뢰즈의 주요 저작(『감시와 처벌』, 『안티 오이디푸스』 등)을 미리 접해보거나 간단한 입문서를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강의 중 언급되는 참고문헌을 찾아 병행 독서하면 이해의 깊이가 한층 더해진다.
일부 강의(7~8강)는 음질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으니, 이어폰보다는 스피커로 듣거나 볼륨을 조절하며 청취하는 것이 좋다. 강의 속도가 느린 편이므로, 익숙해지면 재생 속도를 1.2~1.5배로 조절해 듣는 것도 방법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맑스주의에 대한 파편적 지식이 전반적 흐름으로 정리되었다",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평의회 운동과 독일혁명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삶-정치학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신선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남겼다. 맑스주의를 낡은 교조가 아니라 현재 철학 사상과 연결해 재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조정환 교수의 절제된 언어와 체계적인 강의 구성이 복잡한 사상사를 명쾌하게 전달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일부 수강생들은 "강의가 다소 추상적이고 붕 떠 있는 느낌", "들뢰즈와 네그리까지 가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초점이 애매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특히 후반부 현대 이론은 강의 시간 제약상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는 강의가 150여 년의 방대한 역사를 16강에 압축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보인다. 강의록과 실제 강의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으므로, 강의록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강의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음질 문제(특히 7~8강)와 재생 속도 조절 기능 부재를 불편하게 느낀 수강생들도 있었다. 강의 내용이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는 강의가 이론사 중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실 적용을 원한다면 조정환 교수의 다른 강의(『탈근대 맑스주의 정치학』, 『청년 맑스를 읽다』 등)를 함께 수강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 마치며
21세기 자본주의는 여전히 모순으로 가득하다. 노동자는 천국 같은 상품을 생산하지만 스스로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하고, 빵공장 노동자는 늘 배가 고프며, 생산물은 노동자와 분리되어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이런 현실 앞에서 맑스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분석 도구인가, 아니면 이미 낡아버린 20세기의 유물인가?
이 강의는 그 답을 성급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맑스주의가 150여 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고 변형되어 왔는지, 각 시대의 위기와 혁명 속에서 어떤 새로운 질문들을 만들어냈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맑스에서 네그리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맑스주의란 하나의 완결된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시도해온 '살아있는 사유'였음을 깨닫게 된다.
조정환 교수가 강조하는 '삶-정치학'의 관점은 맑스주의를 박제된 이념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삶의 문제로 다시 불러온다. 소비에트와 래테(평의회), 그리고 한국의 5·18 같은 역사적 순간들 속에서 발견되는 '능동적 구성의 역능'은, 오늘날 우리가 어떤 정치적 주체성을 구성할 수 있을지 묻게 만든다. 인지자본주의, 비물질노동, 다중 같은 21세기적 개념들은 전통적 맑스주의를 넘어서되, 그 핵심적 통찰을 현재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이 강의는 완벽하지 않다. 때로 추상적이고, 때로 설득력이 부족하며, 방대한 내용을 다루느라 깊이가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맑스주의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고, 그것이 어떻게 현대 사상과 만나는지 파악하려는 이들에게는 드문 기회다. 맑스주의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이 강의를 통해 그것이 여전히 얼마나 살아있는 질문인지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환(인문학자,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