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철학자의 적과 친구들은 누구인가
철학자의 정체를 판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의 적과 친구를 구별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독창적이고 난해한 철학을 구축한 고독한 철학자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많은 철학적 친구들과 함께 철학적 여정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흔히 철학사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던 철학자들이었고, 심지어는 철학자가 아닌 예술가나 작가들이기도 했다. 들뢰즈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철학사를 새로 쓰는 한편, 자신의 철학적 이정표들을 세워 나갔다. 이 우정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들뢰즈의 시각을 통해 그의 친구들을 만나는 동시에, 그의 친구들을 통해 들뢰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여섯 명의 친구들
여기서 호출된 들뢰즈의 친구는 여섯 명이다.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손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들뢰즈의 철학적 친구이자 스승들로 자주 언급된다. 그렇지만 라이프니츠와 프루스트도 들뢰즈 철학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친구인지 적인지 모호한 자리에 있던 칸트도 들뢰즈의 대화 상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들뢰즈와 이들의 대화를 음미하는 것은 우리에게 양쪽 모두에 대한 더 새롭고 깊은 이해로 이끌고 들어간다.
꼬뮌적 학습의 산물
이 강좌는 합동강좌로 이루어졌다. 강사들은 들뢰즈의 철학사를 주제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 왔으며, 이 강좌는 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들을 통해 더 많은 접속과 연결을 만들어 내는 공동 학습은 단순히 철학적 개념을 배우는 것을 넘어 철학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아트앤스터디의 다른 강좌들처럼 함께 공부하는 삶으로 초대하는 이 강좌를 통해 우리 역시 철학 안에서의 친구가 되는 것은 어떨까. 들뢰즈와 함께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보자.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 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이들의 ‘코뮨’인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자본주의 외부의 삶과 사유를 시도하며, 근대성에 대한 비판 연구를 계속해 온 활동적인 사회학자이다. 87년 발표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로 명성을 얻은 후, ‘이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탈근대성’과 ‘코뮨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또한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