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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개념들에 접속하기
고원, 배치, 되기, 지층, 유목, 탈주, 탈영토화, 포획 등 천 개의 고원』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알쏭달쏭한 용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들뢰즈는 철학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단어의 전통적인 의미와 맥락으로부터 낯설어지고 복잡해질 때 새로운 사유가 활발해진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생경한 개념어와 신조어, 그리고 기존의 책들과 다른 글쓰기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기존의 인식과 사유로부터 새로워지기를 요청한다. 본 강좌는 생소한 개념들의 맥락을 파악해 『천 개의 고원』을 읽는 전체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게 한다.
규정하지 말라
나를, 관계를, 미래를 규정하지 말라. 미규정성의 열림과 변용가능성이 『천 개의 고원』에서 핵심 중 하나며, 탈주와 유목주의의 핵심이다. ‘나’는 잠재성의 형태로 존재한다. 아직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내가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되기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이질적인 것과 연결되고 접속되는 새로운 배치를 통해 생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성 언어 너머 새로운 영토를 향한 탈영토화와 틀 지워진 정체성과 삶을 횡단하는 유목적인 삶을 가능케 한다.
지금 여기서 새로이 뛰어 놀도록
『천 개의 고원』에서 유목의 이미지는 봇짐매고 혼자 나그네 생활하는 유랑시인이 아니다. 탈주와 탈영토화 또한 모든 것을 뒤집어 없애버려 해체의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폴리네시아에서 물고기를 잡아도, 중국에서 농사를 지어도 돈과 시장에서 흐름과 무관할 수 없듯, 우리는 지금 이 사회, 국가, 자본주의 그리고 지구를 벗어날 수 없다. 들뢰즈의 관점에서 혁명은 이질적인 것들과의 연결을 통해 나라는 기계가 여기 이 영토를 변주하고 재구성하고 배치를 바꾸는 데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공부, 나의 가정과 일터에서, 그러니까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지층에서 새롭게 뛰어 노는 데서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존재의 고원이 아름답게 형성되고 펼쳐지기를
여덟 개의 주요 키워드들로 『천 개의 고원』을 읽어 나가는 본 강좌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야기에 익숙해질수록 우리가 그들의 사유를 일상과 삶 속에 적용가능하다고 말한다. 내 속에 내재한 힘의 자유로운 흐름을 긍정하는 것, 새로운 관계와 이로 인해 펼쳐질 미래를 환영하는 것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 집회와 시위의 현장 등의 한가운데 있다. 탈주는 사유의 방식이고 삶의 양식이다. 유목적 삶은 조직에서도, 변방에서도, 농촌에서도,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본 강좌는 『천 개의 고원』 읽기가 단지 난해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조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분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고원이 아름답게 형성되고 펼쳐지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란다.황산(인문학연구자, 코넥교육연구소 소장)
인문학연구자, 코넥교육연구소 소장, 한국독서글쓰기컨설팅연구소 대표. 주민자치인문학 ‘씨올네트워크’ 상임대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신학으로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우리실험자들>과 <수유너머> 등 인문학연구공동체에서 공부했으며, 숭례문학당 인문학 강사로 <들뢰즈의 노마디즘 산책>, <니체 읽기>, <프랑스 현대철학> 등을 강의했다. 또한 여러 지자체와 도서관, 시민단체에서 인문학과 민주시민교육, 소통 및 토론 등과 관련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