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에서 절대적으로 옳으며 극복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들뢰즈 혹은 들뢰즈/가타리가 서 있는 '차이의 철학'일 것이다. 차이의 생성의 존재론은 들뢰즈 이전과 이후의 철학을 나누는 기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강의는 한국에서 들뢰즈 연구를 시작한 제1세대 학자 이진경 교수가 30년에 걸친 독서와 사유의 산물을 정리한다. 『차이와 반복』, 『의미의 논리』, 『안티 오이디푸스』, 『천의 고원』, 그리고 『철학이란 무엇인가』까지, 들뢰즈/가타리의 5권의 주저를 관통하며 그 정수만을 펼쳐낸다. 차이의 존재론으로부터 시작해 사건과 의미의 철학, 분열분석과 욕망의 정치학, 노마디즘과 되기를 거쳐 일관성의 구도로 이어지는 사유의 중심 궤적을 따라간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긴 시간에 걸친 함께 사유하기의 여정에서 나온 우정과 회고의 산물이다. 이진경 교수는 들뢰즈를 사유의 친구로 여기며 30년간 함께해온 대가답게, 방대하고 깊은 사유 체계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막연했던 들뢰즈 철학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각 주저의 핵심 개념과 그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생성으로서의 차이, 이념과 개체화, 사건과 의미, 분열분석과 욕망의 정치학, 노마디즘과 되기, 일관성의 구도 등 들뢰즈/가타리 철학의 기본 개념들이 하나의 일관된 궤적으로 펼쳐진다. 깊고 세밀하게 파고든 뒤 돌이켜 간략하고 쉽게 정리하는 대가의 강의력이 빛을 발한다. 불필요한 사담 없이 핵심 개념들로만 구성된 효율적인 강의 구성 또한 장점이다.
■ 추천대상
들뢰즈/가타리의 원전을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강의는 훌륭한 돌파구가 된다. 철학 전공자는 물론, 현대 사상과 비판이론에 관심 있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에게도 유익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 원리와 욕망의 미시정치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다만 이 강의의 ABC는 이미 철학에 어느 정도 입문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플라톤, 칸트 같은 전통 철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다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방대한 내용을 응축하여 설명하는 만큼 밀도가 높고 진행 속도가 빠르므로,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 수강팁
첫 강의인 『차이와 반복』부터 난이도가 높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자. 차이와 동일성, 반복과 생성, 잠재성과 강도 같은 기본 개념들을 노트에 정리하며 듣는 것을 권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2회독 이상을 염두에 두고 수강하면 좋다.
강의록을 활용하여 핵심 개념을 정리하되, 교수님의 구어체 설명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워낙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므로, 각 주저의 주요 개념들을 미리 검색해보고 강의를 듣는다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특히 4-5강의 『안티 오이디푸스』와 6-7강의 『천의 고원』에서는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지므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30년 독서의 정수를 정리한 명강의"라며 이진경 교수의 통찰력을 극찬한다.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들뢰즈/가타리 철학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분열분석과 욕망의 정치학, 노마디즘과 되기 같은 개념들이 현대 사회를 읽는 강력한 비판적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다만 강의 시간 배분과 속도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방대한 내용을 8강에 담다 보니 각 주저에 할애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들뢰즈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대가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강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마치며
들뢰즈/가타리의 철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사유의 태도를 바꾸는 혁명적 사건이다. 차이의 존재론은 동일성과 권력의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어준다. 욕망하는 기계, 기관 없는 신체, 되기, 전쟁기계 같은 개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삶과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폭로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진경 교수는 들뢰즈와의 30년 우정을 회고하며, 사유의 친구와 함께 걸어온 여정을 우리와 나눈다. 이 강의는 그저 철학을 배우는 것을 넘어, 카오스와 대결하며 개념을 창조하는 철학의 본질을 경험하게 한다. 어렵지만 넘고 나면 현대 사유의 가장 첨예한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강사소개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 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이들의 ‘코뮨’인 연구공간 <수유너머 파랑>에서 자본주의 외부의 삶과 사유를 시도하며, 근대성에 대한 비판 연구를 계속해 온 활동적인 사회학자이다. 87년 발표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로 명성을 얻은 후, ‘이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탈근대성’과 ‘코뮨주의’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또한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