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문학과 철학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은 끊임없이 교차하고 침투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문학이 세계를 해석하고 변화시키려 할 때, 그것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일종의 '철학-되기'를 수행한다. 이 강좌는 문학 작품들이 어떻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우리 현실의 문제들과 씨름하며,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는지 탐구한다.
세 명의 연구자가 선택한 다섯 개의 문학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대면한다.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독특한 저항을 보여주고, 김혜순의 『피어라, 돼지』는 폭력적 세계에 대한 신체적 거부를 표현한다. 다와다 요코의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단일 정체성을 벗어난 리좀적 존재를 그려내며,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이방인에 대한 환대의 윤리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진실을 향한 용기와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이 작품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구체적 계기들—자본주의, 폭력, 정체성, 국경, 진실—과 마주한다. 문학적 상상력이 철학적 사유와 만날 때,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질문을 품고 변화하는 생성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문학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수행하는 '철학-되기'의 사건에 접속한다는 점이다. 각 작품은 독립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현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읽힌다. 바틀비의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자본주의 논리 전체를 교란시키는 힘으로 해석된다.
강좌는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횡단적 사유를 시도한다. 니체, 들뢰즈, 가타리, 브라이도티,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의 개념이 문학 작품 읽기와 결합되어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동물-되기', '소수적 문학', '탈영토화', '환대의 윤리' 같은 철학적 개념들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학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힘으로 경험된다.
세 명의 강사가 각자의 전문성과 시선으로 다섯 편의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같은 주제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된다. 류재숙은 바틀비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송하얀은 김혜순과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서 폭력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며, 송승환은 고대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를 통해 타자성과 진실의 의미를 묻는다. 이러한 다성적 접근은 문학 작품의 다층적 의미를 풍부하게 드러낸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문학과 철학 모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이다. 문학을 사랑하지만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읽고 싶은 독자, 철학적 사유를 구체적인 텍스트를 통해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현대 사회의 문제들—자본주의의 억압, 폭력의 만연, 정체성의 혼란,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이 강좌에서 다루는 문학 작품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단순한 비판을 넘어 대안적 사유와 존재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들뢰즈, 가타리, 브라이도티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에 관심 있지만 난해한 이론서를 읽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입문 기회가 된다. 문학 작품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들의 개념을 이해하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철학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 특히 글을 쓰거나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 문학이 어떻게 세계를 해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지 보는 것은, 자신의 창작 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 수강팁
각 강의는 하나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루므로, 가능하다면 해당 작품을 미리 읽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강의 내용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강사들이 작품의 핵심 내용과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의를 먼저 듣고 나서 작품을 읽으면, 새로운 눈으로 텍스트를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철학적 개념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이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동물-되기', '탈영토화', '리좀' 같은 용어들은 처음에는 낯설지만, 문학 작품과 함께 설명되면서 점차 감각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개념을 암기하기보다는, 그것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틀비의 거부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는지, 자신도 어떤 단일한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것에 저항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문학과 철학은 결국 우리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이다.
각 강의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순서대로 듣는 것을 권장하지만, 특별히 관심 가는 작품이나 주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와의 만남 그 자체이고, 그 만남을 통해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특히 문학 작품을 이렇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바틀비를 그냥 이상한 인물로만 봤는데,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저항으로 읽으니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더라"는 반응이 많았다. 익숙한 작품도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는 발견이 즐겁다는 의견이다.
철학 개념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던 수강생들도, 문학 작품을 통해 접근하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고 한다. "들뢰즈 책을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김혜순 시와 함께 '동물-되기'를 배우니 감각적으로 와닿았다"는 후기가 있다. 추상적 이론이 구체적 텍스트와 만날 때 비로소 생생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다만 일부 수강생들은 한 편의 작품을 100분 가까이 다루는 것이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강의가 진행되면서 하나의 작품 안에 얼마나 많은 층위의 의미가 담겨 있는지 깨닫게 되면,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천천히, 깊이 읽는다는 것의 가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들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도 이 강좌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방인에 대한 환대라는 주제가 지금의 난민 문제와 연결되어 생각되면서, 고대 그리스 비극이 현재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후기도 있다. 고전이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를 사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 마치며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아름다운 문장을 감상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세계를 다시 보고,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행위다. 이 강좌는 문학이 어떻게 철학적 사유와 만나 우리 현실의 문제들과 씨름하고, 변화와 생성의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다섯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쓰였지만, 모두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절실한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자본주의의 논리에 저항할 것인가, 폭력적 세계에서 어떻게 존엄을 지킬 것인가, 단일한 정체성의 강요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방인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진실을 위해 무엇을 감수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작품 속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삶으로 흘러들어온다.
문학의 철학-되기, 철학의 문학-되기는 고정된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 강좌를 통해 여러분도 그러한 생성의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작품을 읽고, 질문을 품고, 그 질문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경험. 그것이 바로 이 강좌가 초대하는 여정이다. 문학과 철학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유와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류재숙([수유너머 파랑] 회원, 니체연구자, 작가)
공동체는 무엇보다 공동의 신체라는 생각으로, 지식공동체 [수유너머 파랑]과 함께 먹고 놀고 공부한다. 어느 정오, 니체를 읽기 시작한 이후로 니체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니체 철학이 신체를 아름답게 하고 세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믿는다. 『니체와 함께 아모르파티』,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생명』, 『둥글둥글 지구촌 협동조합 이야기』, 『복지 논쟁』등의 책을 썼다.
송하얀(시인, [수유너머 파랑] 회원)
계간 《문학들》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철학과 페미니즘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삶과 시에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수유너머 파랑과 서울과학기술대학 등에서 현대문학, 철학, 페미니즘 관련 강의를 해 왔다. 현재 수유너머 친구들과 돌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공동체를 상상하는 중이다.
송승환(시인,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2007), 『클로로포름』(문학과지성사, 2011),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문학동네, 2019), 문학평론집 『측위의 감각』(서정시학, 2010), 『전체의 바깥』(문학들, 2019),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공저, 도서출판b, 2020), 『바깥의 문학』(공저, 도서출판b, 2022) 등이 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와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시와 시론, 문학이론과 비평의 실제를 가르치면서 문예지『쓺』과 『문학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