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실체', '주체'… 철학책을 펼치면 등장하는 이 낯익은 단어들이 왜 그토록 어렵게 느껴질까. 일상에서 쓰는 '있다', '없다', '나'라는 말이 철학 텍스트 안에서는 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까. 이 강좌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철학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철학에서 사용하는 '업계 용어'가 번역 과정에서 꼬이고 뒤틀렸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철학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10개의 핵심 키워드를 선별해, 각 개념의 어원부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정의, 그리고 근현대 철학자들의 전용과 변형까지 추적한다. 총 10강, 40교시에 걸쳐 철학·존재·생성·실체·주체·이성·감정·관계·사회·공동체라는 키워드를 하나씩 풀어낸다. 플라톤에서 시작해 데카르트를 거쳐 칸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철학사 강의가 아니라, 개념을 중심에 두고 시대를 가로지르며 사유의 변주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키워드 중심의 접근법이다. 보통의 철학 입문 강의가 시대순으로 철학자를 나열하며 진행된다면, 이 강의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하나를 파르메니데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현대 철학까지 일관되게 추적한다. 덕분에 개념 간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지고, 철학적 사유의 지층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철학 용어의 난해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한다. '실체(Ousia)'와 '실재'는 어떻게 다른가. '주체(Subject)'는 원래 '아래 놓인 것'이라는 뜻인데 어떻게 '나'를 의미하게 되었나. 로고스(Logos)는 왜 '이성'으로 번역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졌나. 강의는 이런 질문들을 어원 분석과 철학사적 맥락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낸다.
또한 추상적인 개념을 일상의 구체적인 '터'에서 음미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관계' 개념을 설명할 때 고대 그리스의 우정 철학에서 출발해 근대적 개인주의의 등장, 현대 사회의 관계 형해화까지 연결하면서, 우리 삶 속 관계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철학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가벼운 춤처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도구임을 깨닫게 해준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철학에 처음 입문하는 일반인들에게 적합하다.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 철학책을 펼쳤다가 첫 페이지의 난해한 용어 앞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강의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문사회학을 전공하거나 교양으로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전공 수업에서 개념의 지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이 강의가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여타 학문 분야에서 철학적 의미를 음미하기 위한 기초 소양을 쌓고자 하는 이들—예컨대 문학, 예술, 사회학,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개념의 토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강의가 쉽게 풀어주기는 하지만,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이 낯설다면 집중력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철학의 탄생' 같은 더 기초적인 입문 강의를 먼저 듣거나, 이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서 수강하는 것을 권한다.
■ 수강팁
이 강의는 총 10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 번에 모든 강의를 몰아서 듣기보다는 키워드별로 집중해서 수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존재' 키워드를 다룬 2강을 듣고 며칠간 일상에서 '있다'는 것의 의미를 음미해본 뒤, '생성' 키워드를 다룬 3강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각 키워드는 독립적으로 완결된 내용이므로, 관심 있는 주제부터 골라 들어도 무방하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자. 각 교시가 20~30분 정도로 다소 긴 편이라 집중력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강의록에 메모를 하거나, 강의 후 강의록을 복습하면 내용을 더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어원 설명이나 철학자별 정의는 강의록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여러 번 반복 수강을 권한다. 수강후기에서 많은 이들이 "3번 정도 복습했다", "6개월 후 다시 들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철학 개념은 한 번 듣고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두 번째는 세부 내용을 정리하며, 세 번째는 일상에 적용해보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좋다.
강의를 듣고 난 뒤에는 일상에서 개념을 적용해보자. 예를 들어 '관계' 챕터를 듣고 나서 내 주변 인간관계를 철학적으로 사유해보거나, '감정' 챕터를 듣고 나서 내 감정을 에피쿠로스나 스토아 학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터에서 개념을 음미할 때 철학은 비로소 살아 숨 쉬는 도구가 된다.
■ 수강후기에서
많은 수강생들이 "심봉사가 눈 뜬 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개념의 실마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철학 개론서를 읽으며 뿌연 안개 속을 헤매던 찝찝함이 드디어 시원하게 가셨다"는 후기, "난해하기만 한 철학을 이렇게 쉽고 명료하게 배울 수 있다니 정말 즐거웠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키워드 중심 접근법에 대한 호평이 많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순으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라 참신하다", "10개의 키워드를 완벽히 잡으면 웬만한 철학 텍스트를 읽는 데 자신감이 붙는다"는 평가다. '관계'와 '공동체' 챕터를 흥미롭게 들었다는 의견,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는 의견도 많다.
건설적인 비판도 있다. 강사의 말투가 다소 단조롭고 각 교시의 분량이 길어 집중력 유지가 어렵다는 의견, 완전 초보에게는 버겁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분명 잘 설명해주시는데 개념 자체가 워낙 심오해서 여러 번 복습이 필요하다"는 솔직한 후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조차 "여러 번 들으니 조금씩 눈이 떠지는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반복 수강할 가치가 있는 강의다.
■ 마치며
철학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있다', '없다', '나', '너'—속에 이미 철학적 사유의 씨앗이 담겨 있다. 다만 그 씨앗이 어떻게 싹트고 자라 거목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모를 뿐이다. 이 강의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오솔길이다.
10개의 키워드는 철학의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이 키워드들은 철학의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는 발판이다. 존재론의 지층을 탐색하고, 주체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하며, 관계와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사유와 습관을 형성한 굳건한 지층들을 해체하고 전복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철학적 개념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춤과 같이 가벼운 것임을 깨닫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선 이와의 관계, 회사에서의 사회적 역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 때의 나 자신—이 모든 것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된다. 이 강의가 많은 이들에게 철학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이 되기를, 그리하여 일상을 더 깊이 사유하고 더 자유롭게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강사소개
박준영(철학자, '수유너머 104' 연구원)
‘수유너머 104’ 연구원. 현대철학 연구자. 대학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프랑스철학을 연구했다.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는 주로 들뢰즈와 리쾌르의 철학을 종합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대철학과 불교철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유물론'에 관심을 두고 번역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