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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미술을 말하다!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서 그림을 그리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하나는 ‘보이는 대로’ 그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대로’ 그리는 방법이다. 둘 중 어떤 방법이 사물의 본모습을 ‘재현(representation)’하는 올바른 방법일까?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천재 예술가들은 재현의 방법으로 ‘원근법’을 사용했다. 즉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원근법을 사용하면 실제 사물의 크기와 무관하게 거리에 따라 크기를 달리 표현해야 한다. 과연 원근법은 바람직한 재현의 방법일까? 오히려 ‘신’의 가르침에 따라 ‘아는 대로’ 묘사하고자 했던 중세 예술가들의 방법이 더 ‘객관적’ 재현이 아닐까?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정우 교수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에서 우리는 서양 철학사의 두 원류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날 것이다. 이들로부터 더 객관적인 재현 방법이 무엇인지 각 입장을 접하게 된다.
실체 없이 유동하는 탈-원근법의 세계
이정우 교수와의 여행은 고대 그리스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타임워프를 하듯 현대 미술과 철학의 세계로 돌아올 것이다.
과학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현실은 끝없이 유동하는 세계이다. 현대인들은 끝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와 정보 홍수 속에 둘러싸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진실과 거짓의 구분 또한 의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른바 시뮬라크르의 시대다. 그래서 미술 또한 더 이상 ‘재현’을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원근법으로 재현을 꿈꾸었던 미술은 사라지고 모호함과 난해함으로 가득 찬 현대 미술세계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 미술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서의 예술!
이정우 교수는 현대 미술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경로를 지도로 제시한다. 지도에 표시된 지명은 칸딘스키, 말레비치, 잭슨 폴록 등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나침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칸딘스키의 작품 <점, 선, 면>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말레비치가 “예술은 단순한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다.”라고 했던 이유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정우의 <원근법과 반(反)원근법> 강의는 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강의이다! 미술은 현실의 반영이다. 현대 미술 속에는 삶의 가치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난처한 현실이 표현되어 있다. 동시에 현대인이 처한 난처함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 또한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현대 미술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보기 위해서는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읽기 방법을 이정우의 <원근법과 반(反)원근법>이 제시한다. 마치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녘이 되어야 날갯짓을 하듯!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