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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이후’의 들뢰즈
철학자의 사유는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철학자가 던진 질문과 대답, 혹은 가설과 제안이 만들어 낸 담론이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20세기 후반의 철학자이지만 그의 사유를 잇는 우리 시대의 철학자들은 ‘들뢰즈 이후의 들뢰즈’를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 이 진화는 들뢰즈 독해와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유자들이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우리가 함께 읽으려고 하는 일본의 들뢰즈 연구자 에가와 다카오는 현재 진행 중인 들뢰즈 이후의 사유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름 중 하나이다. 우리가 함께 읽으려 하는 『존재와 차이』는 일본 들뢰즈 연구사가 이 책의 출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언제나처럼 명쾌한 이정우 선생이 이끄는 강독 시간은 이 시대의 새로운 거장과 함께 들뢰즈를 읽으며 대화를 나누는 초대의 장이 될 것이다.
초월론적(선험적) 경험주의란 무엇인가
들뢰즈를 처음 접하면 낯선 신조어를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들이다. ‘내재적 초월’, ‘초월론적 경험주의’ 등, 근대 철학의 논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독특한 개념들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들은 들뢰즈 철학의 중핵이기에 이것을 철저하게 이해하는 것이 들뢰즈 읽기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에가와 다카오는 스피노자와 칸트를 대비시키며 어떻게 들뢰즈가 『에티카』의 기획을 따라 칸트 이후 정형화되어 있는 도식과 경계를 무너뜨리는지를, 독창적인 시각에서 포착해 전개해 나간다. 다시 말해, 들뢰즈에 의해 초월철학(선험철학)은 칸트적 인식론의 기획에서 벗어나 경험을 가능케 하는 잠재성/현실성의 유물론적 존재론으로 변모하는 동시에, 경험의 한계를 확장해 나가는 긍정과 창조, 반역의 삶으로 이끄는 실천철학의 기획이 된다. 이것을 존재의 일의성과 종합해 들뢰즈 고유의 ‘에티카’로 재구성하려는 것이 에가와 다카오의 의도이고, 우리가 그를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함께 읽기 – 함께 사유하기
에가와의 책은 매우 어렵고 난해하다. 그렇지만 쉽고 명쾌하기로 정평이 난 이정우 선생과 함께 그의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사유의 대가 세 명과 함께 하는 대화의 시간은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에가와는 서문을 통해 철학 저술을 하나의 작품 만들기이자 실천―소수자적이고 반역적인 실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철학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강독 시간은 세 명의 들뢰지앵과 함께 우리가 철학과 삶에 대해서 함께 사유하는 소수자적 실천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