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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1950년 초판 발간 이후 반세기 넘게 서양미술사 분야의 절대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은, 단순한 연대기를 넘어 미술의 기원과 본질, 시대와 예술의 관계, 심미적 생산과 수용의 문제까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강좌는 시리즈의 세 번째로, 서양미술사의 절정기인 15~16세기를 다룬다. 르네상스를 빛낸 세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과 네덜란드 미술까지 종횡무진 탐험한다. 또한 거장의 시대가 저물고 매너리즘이 도래하는 16세기 후반, 전통의 그늘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분투했던 예술가들의 고민과 실험을 만나본다.
인문학자 김진영 선생의 해설로 곰브리치의 행간과 맥락을 꼼꼼히 따라가며, 미술이라는 끝없는 배움의 여정 속으로 들어간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첫 번째 특징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곰브리치는 단언한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거꾸로 모든 것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시장의 명화만이 미술이 아니다. 미술을 규정하는 것은 시대와 문화이며, 역사의 변곡점마다 미술에 대한 태도는 달랐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가진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근본부터 흔든다.
두 번째로, 강의는 르네상스 3대 거장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과 <모나 리자>,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와 <아담의 창조>,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를 면밀히 분석하며, 각 작품이 탄생한 역사적 맥락과 예술가의 미학적 고민을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속의 형상을 해방시킨다"고 했을 때의 의미, 라파엘로가 추구한 사실주의와 이상주의의 조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세 번째로, 이탈리아 중심의 시각을 넘어 알프스 이북의 미술까지 균형 있게 다룬다. 알브레히트 뒤러가 독일 미술에 가져온 혁신, 그뤼네발트의 무거운 표현주의, 피터 브뤼헬의 네덜란드 풍속화까지, 지역별 미술의 특성과 차이를 비교하며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 추천대상
서재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꽂아두고도 제대로 읽지 못한 사람에게 최적이다. 혼자 읽기엔 방대하고 어려운 이 명저를,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차근차근 독파할 수 있는 기회다.
미술관에서 르네상스 작품 앞에 서지만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의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이 강좌는 유명한 그림을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한다.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하며 예술사에 대한 기초 교양이 필요한 인문학도, 무뎌진 감수성을 풍부하게 가꾸고 싶은 일반 교양인 모두에게 유익하다. 특히 시리즈 강좌이므로 체계적으로 서양미술사 전체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욱 추천한다.
■ 수강팁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손에 들고 강의와 함께 읽어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책의 해당 챕터를 먼저 읽고 강의를 듣거나, 강의를 들은 후 책으로 복습하면 이해가 훨씬 깊어진다.
각 강의에서 다루는 작품들의 이미지를 미리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 레오나르도의 <모나 리자>나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같은 유명한 작품들은 고해상도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작품을 눈으로 보면서 강의를 들으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미술사 용어나 개념이 낯설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강의는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김진영 선생은 복잡한 개념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술사적 안목이 생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소장만 하고 있던 곰브리치를 드디어 제대로 읽었다"며 성취감을 표현한다. 특히 르네상스 3대 거장에 대한 강의는 "이제야 그들의 위대함을 이해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일부는 9강 36교시라는 분량이 만만치 않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한 강 한 강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6세기 유럽 미술의 흐름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미술을 보는 눈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수강생이 이 강좌를 계기로 실제 미술관을 찾아 르네상스 작품을 감상하거나, 시리즈의 다른 강좌들을 이어서 듣게 되었다고 전한다. 미술사 공부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 마치며
곰브리치는 말한다. "미술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끝이 없는 일이다." 평생을 미술 작품을 연구해 온 석학조차 매번 새롭게 보이는 것이 미술이다. 이 강좌는 그 무궁한 신비 앞에 서는 첫걸음이다.
15세기 북유럽의 소박한 풍속화에서 시작해, 레오나르도의 완벽한 구도, 미켈란젤로의 압도적 표현력, 라파엘로의 우아한 조화를 거쳐, 매너리즘 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 도전까지. 이 여정은 단순히 과거의 그림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걸어온 길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무뎌지고 굳어가는 감수성을 다시 깨우고, 세계를 보는 눈을 풍부하게 가꾸는 배움의 여정. 곰브리치와 함께, 서양미술사의 가장 찬란했던 시대 속으로 들어가보자.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