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말이 아니라 혀다. 그 혀는 봉인되어 있다. 하지만 봉인된 모든 것들은 꿈을 꾼다.
이 강의는 김진영 선생과 함께 여덟 편의 소설 속에 봉인된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청춘, 기다림, 고독, 죽음, 악, 폭력, 거세, 시간이라는 여덟 개의 주제로 필립 로스, 사무엘 베케트, 에밀 아자르, 가와바다 야스나리, 조셉 콘래드, 가브리엘 마르케스, 오노레 드 발자크, 모니카 마론의 작품을 읽어나간다.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는 독서가 아니다. 텍스트의 숨은 의미를 캐내고, 작품 속에 감춰진 세계를 마주하며, 우리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하는 특별한 책 읽기다.
총 8강 32교시, 17시간 27분 동안 작가와 내러티브 구조를 분석하고, 각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적·사회적 질문들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한 김진영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이 이 여정을 이끈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을 '전방위적 관점'에서 읽는다는 점이다. 문학 작품을 단지 문학으로만 읽지 않는다. 철학자들의 사유와 사회학적 맥락, 역사적 배경과 개인의 실존적 질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롤랑 바르트, 카프카, 프루스트, 벤야민, 사르트르를 넘나들며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김진영 선생 특유의 독법이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필립 로스의 『울분』을 읽을 때는 '피갈이 사회'라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청춘의 피가 어떻게 체제에 순응하도록 강요받는지, 감염되지 않은 피를 가진 자들이 왜 배제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구원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역설적 기다림을 읽어낸다.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는 죽음과 아름다움, 에로티시즘의 문제를 일본 문학의 미학과 연결하고,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에서는 식민주의와 악의 변증법을 영화 <지옥의 묵시록>과 함께 논한다.
각 강의는 작가 소개와 내러티브 구조 분석으로 시작해서 본격적인 텍스트 해석으로 나아가는 체계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강의록이 제공되어 복습과 정리에도 유용하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소설을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단지 재미로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서, 텍스트가 품고 있는 철학적 질문과 사회적 의미를 함께 사유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강의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문학을 전공하거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세계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거나, 문학 이론과 철학적 관점에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이 강의는 입문용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문학 작품을 읽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프루스트, 카산드라, 롤랑 바르트 같은 이름이 낯설지 않고, 문학 작품을 철학적으로 읽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더욱 좋다. 만약 배경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관련 책을 미리 읽고 듣거나, 2회독을 하면서 천천히 소화할 수 있다.
■ 수강팁
이 강의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해당 작품을 먼저 읽고 강의를 듣는 것을 권한다. 물론 강의만 들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작품을 직접 읽은 후에 강의를 들으면 김진영 선생의 해석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자신만의 독서 경험과 선생의 해석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둘째, 한 번에 몰아서 듣기보다는 천천히 소화하면서 듣는 것이 좋다. 17시간이 넘는 분량이고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하루에 한두 교시씩, 또는 일주일에 한 강씩 여유를 갖고 듣는 것을 추천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잠들기 전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자. 강의 중에 놓친 부분이나 다시 곱씹어보고 싶은 내용을 강의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만의 메모를 덧붙이며 정리하면 더욱 깊이 있는 학습이 된다.
넷째, 2회독을 고려해보자. 수강 후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2회독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첫 번째 들을 때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두 번째 들을 때는 세부적인 해석과 철학적 논의에 집중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김진영 선생님 특유의 해석 방식이 있다. 롤랑 바르트나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 관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시는 게 대단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17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후기도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반응이다. "피갈이 사회라는 관점은 처음 접했는데 그 렌즈로 보니까 소설 전체가 다르게 읽혔다"는 『울분』에 대한 평, "구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구원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역설적 기다림이라는 해석이 충격적이었다"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소감, "거세, 동성애, 성 담론을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와 연결해서 읽는 게 너무 흥미로웠다"는 『사라진느』에 대한 반응 등 각 작품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는 평이 많다.
물론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문학 이론이나 철학 개념이 익숙하지 않으면 버겁다"거나 "절반 정도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후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려워도 끝까지 들었고 나름 배운 건 많다"며 완강의 보람을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는 '이론'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감수성을 키워주는 강의"라는 평가가 이 강의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줄거리를 파악하느라 휙휙 지나쳤던 세밀한 부분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소설을 읽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 마치며
소설은 단지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대의 고민, 인간의 본질적 질문, 사회의 모순이 봉인되어 있다. 이 강의는 그 봉인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다.
김진영 선생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설은 뗏목이었고, 미지의 여인이었고, 카산드라의 운명이었고, 고르곤의 눈이었고, 화이트 노이즈였고, 신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지금 소설은 "봉인된 혀"다. 그 혀들이 꾸는 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여덟 편의 소설을 읽는다. 청춘의 분노와 순응을, 끝없는 기다림의 의미를, 돌봄 받지 못하는 고독을, 아름다움과 죽음의 경계를, 문명과 야만의 변증법을, 공동체와 폭력의 정당성을, 거세와 성 담론을, 분단국가의 시간 감각을 탐구한다.
이것은 단순한 문학 강의가 아니다. 텍스트를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시 보는 훈련이다. "나만의 고유한 삶으로부터 시작하는 특별한 책 읽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제 김진영 선생과 함께 봉인된 혀들이 꾸는 꿈 속으로 들어가 보자.
6개월의 수강 기간 동안 느긋하게, 그러나 날 선 마음으로 읽어나가자. 아주 특별한 책 읽기가 지금 시작된다.
강사소개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