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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근본적 특성, ‘갈래’
어떤 사유든 그 사유함에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유의 밑바닥을 가만 보면, 극단의 성격을 가진 ‘무엇’들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뒤엉켜 싸움을 하는 치열한 전쟁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것들을 비교하면, 두 사물 간의 ‘차이’가 도드라지게 된다. 뒤엉켜 있던 것들이 차이를 기준으로 이쪽과 저쪽으로 갈래지어지는 것이다. 이로부터 ‘개념’이 나오고, 이 과정은 더욱 새로운 사고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삶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란 주변의 사물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갈래(구분)는 삶의 근본적 특징일 수밖에 없다.
삶과 아무렇게나 뒤엉켜 관계 맺고 있던 것들은, 수많은 ‘이항대립적인 두 갈래’로 나누어 이해될 수 있다. 이것은 곧, 우리 삶에 대한 풍부한 이해이자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갈래의 한 양태 - 개별자와 보편자
구성 원소가 하나 있는 것은 개별자, 여러 개 있는 것은 보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구분에 앞서 철학사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보편자 논쟁이었다.
플라톤에 의하면 돌이라는 언어, 돌이라는 개념, 돌의 이데아가 존재한다. 천상계에 존재하는 돌의 이데아는 돌이라는 개념의 존재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인간이 고유명사를 붙일 수 있으며 볼 수 있고, ‘여기, 지금(hic et nunc)’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은 개별자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보편자들은 일반명사 혹은 보통명사로 지칭되는 개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2강 강의 노트 中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처럼 질료와 형상이 분리되어 있다가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자가 처음부터 질료와 형상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질료와 형상이 어떻게 만나는가를 문제 삼지 않고, 질료와 형상의 관계가 어떤가를 문제 삼는다. - 4강 강의 노트 中
보편성이란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두루 적용된다.’는 특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것이 실제로 있느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답변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철학에서는 보편성을 사유의 대상으로 갈래짓고 있다. 반면에 개별자는 감각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개별자로서의 장미꽃은 색깔과 모양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직접 그 장미꽃을 보거나 만질 수 있고 아름다운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보편자로서의 장미꽃은 모든 개별자로서의 장미꽃에 두루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오로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양립하는 두 갈래는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 강의에서 이와 같은 비교 방법을 이용해 각각의 ‘두 갈래’ 특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철학적으로 사유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어려운 철학용어? No~! 일상어로도 충분하다!
‘두 갈래들’로 풀어가는 서양철학 이야기!
우리는 이 강좌에서 서양철학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갈래들을 배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하나인 것과 여럿인 것, 투명한 것과 불투명한 것… 등등. 그러나 그것만이 강좌의 전부는 아니다. 철학자 조광제가 인도하는 길을 가만 살펴보면, 어려운 철학용어 대신 우리 생활에 밀착한 일상어가 많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좌는 일상어를 사용해 ‘이것과 저것’을 갈래지으며 서양철학의 핵심 정신을 뜯어보게끔 만들어졌다. 철학자 조광제의 독특한 접근법으로, 우리는 쉽고 재미있게 서양철학을 배울 기회가 생긴 셈이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