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인간의 구별이 희미해지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추월하는 특이점의 시대. 막연하게 불안과 두려움에 떨 것이 아니라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변화하는 인간의 위상을 파악할 철학적 성찰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초근대의 하이브리드 존재론으로 바라보는 인간, 기계, 그리고 기술의 철학.
챗GPT의 충격
최근 대화형 언어생성 인공지능인 챗GPT의 출현이 세계적으로 화제이다.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들은 이런 기술을 산업 분야를 파괴할 수 있는 와해성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직업의 소멸과 산업의 붕괴라는 충격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불안을 자극한다. 인간은 기계로 대체될 수 없다는 믿음과 인간도 결국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사이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아노미 상태가 도래하고 있다.
특이점은 올 것인가
디지털-컴퓨터 기술의 고도화는 이른바 특이점이라고 불리는 기술 발전의 충격을 앞당기고 있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지던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지능을 기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점을 말한다. 그러한 특이점이 올 것인가, 온다면 그것은 언제인가 하는 논의를 소문으로만 들으며 내버려둘 것인가.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러한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능동적으로 그러한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기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
이번 강의는 디지털-컴퓨터 기술을 중심으로 현재 고도로 발달한 기술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철학적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브뤼노 라투르의 근대성 비판과 하이브리드 존재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과학기술의 구체성과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인간 두뇌의 신경 세포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반도체를 이용한 전자 두뇌와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 인공지능의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인 과학기술의 사례와 지식을 다루어가며 결국 우리의 마음과 몸을 중심으로 어떻게 시공간의 경험이 달라지는가, 몸 철학의 바탕 위에서 의식과 감각을 현상학적으로 접근할 때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가 하는 철학적인 논의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