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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밝힌 것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아름다운 우주의 섭리를 고찰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무기를 낳은 토대이기도 했다. 바로 핵무기가 그것이다. 핵폭탄의 폭발에 관해서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David
Bodanis)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라늄의 연쇄반응이 일어나고)...비벼대고 부딪치는 동안 폭탄 안에 있는 금속들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체온에서 시작하여 물이 끓는 점(섭씨 100도)에 도달하고 다음엔 납이 끓는 점(섭씨 560도)에 도달했다. 하지만 2배로 늘어나는 연쇄 반응은 계속해서 일어났고, 더 많은 우라늄 원자들이 쪼개지면서 섭씨 5,000도(태양 표면 온도), 이어서 섭씨 1,000만 도(태양의 중심 온도)에 도달했고 그러고도 계속 올라갔다. 짧은 시간 동안, 상공에 매달려 있는 폭탄의 중심에는 우주가 창조되는 최초의 순간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 『E=mc2』중에서)
인류는 언제나 '태고(太古)'의 모습을 궁금해 했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는 '세상의 시작'을 묘사하는 이야기가 많다. 가장
처음 무엇이 있었고,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가? 오늘날 물리학에서 논하는 것은 바로 유명한 빅뱅이론이다. 이
세상의 근원은 바로 거대한 폭발이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 역시 근본적으로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우주의 태고적 모습을 찾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선두에 있는 것은 고성능 우주망원경이다. 이 우주 망원경들은 보통 위성의 형태로 우주공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허블, 그리고 찬드라 망원경, COBE위성, WMAP등이 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첨단 장비를 이용해 각국의 수재들이 연구한다 하더라도 우주의 거대한 역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137억년에 달하는 우주의 역사를 통찰하기에, 인류가 연구에 투자한 몇 백 년의 시간은 너무도 짧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의 물질은 크게 두 종류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물질과 암흑물질(dark matter)이 있다.
암흑물질은 그 특성상 중력에만 반응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은 광자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암흑물질은
일반적인 물질에 비해 훨씬 빨리 구조를 형성했다. 이 시기는 대략 빅뱅이후 1만년 정도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물질은 빅뱅이후 30만년 가량이 흘러 물질과 복사가 분리된 후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항성과
은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거미줄에 이슬이 맺혀 눈에 보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과 같은 역할이며, 그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 바로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다. 밤하늘에 보이는 우주는 텅 빈 공간 속에 떠있는 별들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암흑물질의 거미줄에 엉킨 물질들로 이루어져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 시공간은 휘어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큰 별을 감싸고 있는 공간은 휘어있다고 생각했으며,
수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바로 이 '공간의 휘어짐'이 블랙홀 이론의 근거가 된다. 블랙홀이라는 이 특별한 천체는 인도 출신의 물리학자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가 생각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해낸 것은 휘어지다 못해 찢어져
버린 우주의 틈, 공간의 구멍이었다.
그의 이 발상은 한동안 천체물리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1960년 백조자리 근처에서 텅 빈 공간 주변을 회전하는 별이
발견되었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그런데 텅 빈 공간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그 행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찬드라세카르가 구상했던
블랙홀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랬다. 찬드라세카르의 생각처럼 시공간은 찢어진 것이다. 그리고 빛마저 빨아들여서 검게만 보이는 그 찢어진 틈을 말 그대로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박문호(뇌과학 전문가)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Teaxs A&M)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반도체 레이저, 반도체 통신소자를 연구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학시절부터 그의 관심사였던 ‘천문학’과 ‘물리학’,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불교TV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을 진행했으며,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등에서 우주와 외를 주제로 강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30년 간 자연과학 및 불교철학과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꾸준히 읽어 세계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방대한 지식을 쌓은 독서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 두 가지에 성실하게 집중할 것을 강조해 왔다. '대중의 과학화'를 모토로 하는 시민학습모임 ‘(사)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