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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은 다르다. 초등학교 때 과학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생물과 무생물의 개념이다. 그러나 과연 그 둘은 다른
것일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며, 같다면 어떤 점에서 같은 것일까? 물리학 박사 박문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억도, 천만 도가 넘어가는 양성자의 움직임은 핵융합입니다. 그런데 100도 이하의 적당한 온도에서 양성자의 움직임은 바로
생명활동입니다. 그 둘을 구분하지 마세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이 말은 생물과 무생물이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성자 운동'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핵융합을 일으키는 태양과 오늘도 생을 이어가는 인간이 같은 근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언뜻 와 닿지 않는 말이지만, 현대의 최신 과학은 생물과 무생물이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생산과정은 생물학에서 가장 기이한 메커니즘으로 그 발견은 다윈과 아인슈타인의 발견에 견줄만하다.
미토콘드리아는 몇 나노미터 두께의 생체막을 통해 양성자를 수송함으로써 전위차를 만들어 동력을 생산한다. 이 양성자의 동력은 생명의
기본입자라고 일컬어지는 막에 있는 버섯 모양 단백질을 지나면서 ATP형태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파격적인 메커니즘은 DNA처럼 생명의 근본이
되며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의 기본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준다.”-닉 레인 『미토콘드리아』
앞서 언급한 양성자의 역할이 눈에 띄는 영역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활동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하나는 거의 세균 크기에 불과하지만, 생명활동에서는 거대한 존재로 볼 수 있다. 양적으로 우리 몸에서 수분을 뺀 나머지의 50%는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거대한 탄소의 움직이는 덩어리(말하자면 우리!)가 등장했다. 그들은 별에서 만들어진 산소의 낮은 구름층을 어렵사리 헤쳐
나가면서, 그리고 빅뱅에서 흘러온 수소 원자들로부터 생성되었을 카페인이 잔뜩 들어있는 액체(커피)를 휘저으면서, 어떻게 자신들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
중
거대한 우주를 사유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박문호 교수의 본 강좌가 우주와 생명의 섭리를 아우르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른 맥락이지만, 일찍이 라이프니츠는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 모나드(monad)는 가장 거대한 우주 전체를 모두 비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발상은 고대인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이 끊임없이 찾아가는 우주의 모습은, 비록 라이프니츠나 고대 철학자의 그것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시적인 작은 영역과 거대한 우주의 영역을 아우르는 섭리는 하나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인슈타인이 완성하려던 통일장이론을 떠받치는 기본 전제이며, 오늘날 표준모형이론, 초끈이론이 찾고자 하는 우주의 모습이다.
오늘날 우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연구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거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입자가속기’다. 미국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과 Cern(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에서 만들어낸 LHC는 거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초대형 입자가속기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하고 있는 테바트론은 6.28km에 달하는 터널로써 1972년 완성되어
30여개국의 1500명 물리학자가 달려들어 연구를 했으며, LHC에서는 60여 개국, 5000명의 물리학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27km에 달하는 거대 터널로 만들어진 LHC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 블랙홀의 탄생 등 중요한 연구들을 시도할 수 있는 장비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힉스입자를 둘러싼 테바트론과 LHC의 경쟁은 오늘날 현대물리학의 가장 흥미로운 화두 중 하나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문호(뇌과학 전문가)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Teaxs A&M)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반도체 레이저, 반도체 통신소자를 연구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학시절부터 그의 관심사였던 ‘천문학’과 ‘물리학’,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불교TV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을 진행했으며,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등에서 우주와 외를 주제로 강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30년 간 자연과학 및 불교철학과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꾸준히 읽어 세계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방대한 지식을 쌓은 독서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 두 가지에 성실하게 집중할 것을 강조해 왔다. '대중의 과학화'를 모토로 하는 시민학습모임 ‘(사)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