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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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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우리에게 친숙한 '무위', '자연', '도덕'이라는 말. 이 단어들은 지금도 여전히 쓰이지만 본래의 의미와 현대인이 쓰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동아시아 고전 『노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 강좌는 『노자』를 진리를 담은 경전이나 체계적인 철학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세계를 전혀 낯선 세계로 보게 도와주는 하나의 '거울'로 활용한다. 그 거울에 우리 삶을 비춰가면서 우리의 삶이 왜 이런 것인지, 다른 방식의 삶은 가능한지를 따져본다.
사랑과 에로스, 정치, 전쟁과 평화, 욕망과 만족, 영원과 불멸, 죽음 등 우리 모두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낯선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와 자연철학자들의 에로스와 비교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 문제에 노자의 만족 기술을 적용해본다. 4강에 걸쳐 노자의 눈으로 삶을 새롭게 보고, 다른 방식의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탐구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노자를 고리타분한 고전이 아닌 현대적 삶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강의에서는 『노자』라는 책과 '노자'라는 인물에 대한 기초를 다진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노자열전, 공자와의 만남, 출관 설화 등을 통해 노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한다. 하나의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이면서 여럿인 복잡한 텍스트로서의 『노자』를 파악한다.
두 번째 강의는 노자에서 장자로 이어지는 도가사상의 흐름을 다룬다. 양주의 이기심에 대한 통찰, 하상공과 왕필의 해석 차이, 무(無)의 이론과 무위 개념의 변화를 살펴본다. 역사 속에서 『노자』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었는지를 이해하면서, 우리 시대는 어떤 노자를 만나야 할지 고민한다.
세 번째 강의는 『노자』의 행복한 도술(爲道)이다. 도술을 단순히 신비한 술법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통제 기술'로 이해한다. 장자가 과학 기술을 반대했다는 오해를 풀고, 機心의 개념을 통해 기술에 대한 도가의 태도를 파악한다. 양생(養生)과 달생(達生)이라는 도술의 두 차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네 번째 강의는 『노자』의 현대적 해석이다. 노자가 상상한 우주적 사랑을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와 비교한다. "암컷이 수컷을 이기는 까닭"이라는 노자의 성(性) 은유를 통해 음양의 철학을 이해한다. 동아시아 전통의 욕망 긍정론과 만족의 기술은 무한 욕망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지혜로운 처방으로 다가온다. 무관심의 윤리라는 역설적 개념을 통해 도덕적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비도덕적 인간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성찰한다.
■ 추천대상
동양 고전에 관심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강좌는 좋은 출발점이다. 『노자』는 짧고 함축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전을 읽기가 쉽지 않은데, 이 강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와 언어로 노자의 핵심을 전달한다.
현대 사회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특히 유익하다. 무한 경쟁 속에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실제로는 능력만 중시하는 모순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자의 만족 기술과 무관심의 윤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노자 사상을 그리스 철학과 비교하면서 동서양 사상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고, 하상공과 왕필의 해석 차이를 통해 같은 텍스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읽히는지 배울 수 있다. 철학적 사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 수강팁
강의를 들을 때는 『노자』 원문을 함께 읽어가며 듣기를 권한다. 『도덕경』은 짧은 책이므로 전체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장들을 찾아 읽으면서 듣는다면 노자의 말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처음 읽는다면 쉬운 번역본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강의에서 비교되는 그리스 철학, 특히 에로스에 관한 플라톤의 『향연』을 함께 읽어보면 좋다. 동양의 우주적 사랑과 서양의 에로스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는 훈련이 된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핵심 개념들을 정리하면서 듣기를 권한다. 무위(無為), 자연(自然), 도술(爲道), 양생(養生), 달생(達生) 등의 개념은 반드시 정리해두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현대적으로 쓰는 의미와 원래 의미의 차이를 메모해두면 노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마치며
우리는 어떤 사랑을 꿈꿀 수 있는가? 행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너와 내가 함께하는 쿨한 삶은 가능한가? 이런 질문들은 고전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다.
『노자』는 2,500년 전의 책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다. 노자의 눈으로 삶을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무위의 진정한 의미, 자연스러움의 힘, 만족의 기술, 무관심의 윤리. 노자가 전하는 이 오래된 지혜는 욕망에 시달리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노자라는 거울에 당신의 삶을 비춰보라. 그곳에서 당신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시천(철학자,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