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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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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1980년대 이후 한국 학계에서는 놀라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노자와 장자의 사유를 하이데거, 데리다, 비트겐슈타인과 나란히 놓고 읽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 너머에서 사유 자체의 보편성을 탐색하는 작업이었다.
이 강의는 그 40여 년간의 지적 여정을 집대성한다. 김시천 교수가 안내하는 16강의 긴 항해는 노자의 '도'에서 출발해 데리다의 '해체'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에 언어철학, 존재론, 페미니즘, 환경철학, 예술철학의 바다를 건너며, 동서 철학이 만나는 수많은 교차점을 발견한다.
왕필의 현학적 해석에서 한비자의 법가적 독해까지, 풍우란의 3단계설에서 김형효의 해체론적 접근까지. 한국 철학자들이 노장을 어떻게 읽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사유가 탄생했는지를 추적한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적 상상력을 복원하는 일이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비교'의 방법론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동양과 서양을 나란히 놓고 같고 다름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와 하이데거의 존재론, 장자의 언어관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노장의 해체적 사유와 데리다의 해체론이 어떻게 '사유의 유사성'을 보여주는지 탐색한다.
16강에 걸쳐 방대한 스펙트럼을 다룬다. 언어와 존재의 문제에서 시작해, 형이상학과 탈형이상학의 긴장, 무위(無爲)의 철학, 예술과 은유의 논리, 처세의 지혜, 페미니즘적 독해까지. 각 주제마다 한국 학계의 주요 연구자들—김형효, 정세근 등—의 작업을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노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지 보여준다.
특히 노자와 장자를 분리해서 읽는 관점이 흥미롭다. 두 사상가가 어떻게 다른지, 왕필의 노자 해석과 곽상의 장자 해석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명확히 구분한다. 이를 통해 '노장사상'이라는 하나의 덩어리가 실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 이해하게 된다.
■ 추천대상
동양철학을 전공했지만 늘 '서양철학과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던 이들에게 이 강의는 명쾌한 답을 제공한다. 반대로 현대철학—특히 하이데거, 데리다, 비트겐슈타인—을 공부하면서 동양 사상과의 접점이 궁금했던 이들에게도 완벽한 다리가 된다.
비교철학이나 비교문화 연구자들에게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단순히 '동양은 이렇고 서양은 저렇다'는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사유의 구조 자체에서 유사성과 차이를 포착하는 섬세한 독해 방식을 익힐 수 있다.
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13~14강의 은유론과 예술철학 부분은 창작의 철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장의 '물의 비유', '무용의 철학'이 현대 예술 창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페미니즘이나 환경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16강의 도가적 페미니즘 강의는 특별하다. 부드러움의 철학, 무위의 정치학이 현대 사회의 젠더 문제나 생태 위기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 수강팁
16강의 긴 여정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2강은 전체 강의의 지도를 그려주는 부분이니 꼼꼼히 정리해두자. 풍우란의 3단계설, 한국 학계의 노자 해석 갈래 등은 나중에 계속 참조하게 될 기본 틀이다.
노자 원문을 옆에 두고 수강하면 훨씬 이해가 깊어진다. 특히 9강에서 다루는 노자 1장, 2장 해석은 여러 버전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왕필본, 백서본, 죽간본 등을 찾아보면 해석의 다양성이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언급되는 서양철학자들—하이데거, 데리다, 비트겐슈타인—의 핵심 개념 정도는 미리 알아두면 좋다. 완벽히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와 시간', '차연', '언어게임' 같은 기본 용어만 알아도 강의가 훨씬 수월해진다.
강의록을 활용해 '노자-서양철학자 대응표'를 만들어보자. 예를 들어 "노자의 도 = 하이데거의 존재", "장자의 언어관 =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식으로 정리하면, 나중에 복습할 때 전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 마치며
노자는 2,500년 전 사람이고 데리다는 20세기 후반 철학자다. 시공간적으로 이보다 더 멀 수는 없다. 그런데도 두 사유는 놀랍도록 많은 지점에서 공명한다. 언어의 한계, 존재의 신비, 이분법의 해체, 부드러움의 힘.
이 강의가 증명하는 것은 철학에 '동양'과 '서양'이라는 영토는 없다는 사실이다. 있는 것은 오직 깊이 생각하는 인간들과 그들이 남긴 질문들뿐이다. 김시천 교수는 한국 철학자들의 40년 여정을 따라가며, 그 질문들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대화를 시작했는지 보여준다.
1980년대 한국 학계가 시작한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노장을 현대철학과 연결하려는 시도, 동서 철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포스트모던 시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노자의 무위와 장자의 자유는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이 강의를 마칠 즈음이면, 당신은 철학을 읽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동양 고전을 읽으면서 데리다를 떠올리고, 하이데거를 읽으면서 노자를 생각하는. 그런 자유로운 사유의 여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김시천(철학자,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교수)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논문 「노자의 양생론적 해석과 의리론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의과학연구소에서 한의학의 철학적 기초에 대해 강의했으며, 상지대, 숭실대, 충북대, 호서대,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해 왔다. 도가철학과 한의철학, 과학사상과 진화론 및 동아시아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주요 주제로 삼아,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