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미술관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며 감탄하고, 모네의 수련을 보며 평온함을 느낀다. 그런데 같은 미술관 한쪽에 가려진 그림들이 있다. 19금 딱지가 붙거나, 아예 수장고에 숨겨진 작품들. 우리는 미술을 고상하고 순수한 것으로 배워왔지만, 미술사는 그런 이야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이 강좌는 미술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어온 음란함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다. 미술은 애초부터 음란했고, 음란하기 위해 존재했다는 도발적인 명제에서 출발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이 관점으로 보면 미술의 존재 방식과 성격이 훨씬 풍성하고 명료하게 드러난다.
미술사학자 이연식은 8강에 걸쳐 동서고금의 '음란한' 미술을 소개한다. 서양의 누드화와 동양의 춘화, 금기와 검열의 역사, 기독교 회화 속 에로티시즘, 한중일 성문화의 차이까지. 우리가 믿어온 몇 가지 통념들 - 미술은 본질적으로 음란하지 않다, 현대로 올수록 성적 표현이 자유로워졌다, 한국의 성문화는 건강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변태적이다 - 이 모두 근거가 부실함을 밝힌다.
이것은 단순히 야한 그림을 보는 강좌가 아니다. 음란함이라는 렌즈를 통해 미술사를 다시 읽고, 이미지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분석하는 지적 탐구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금기를 학술적으로 해체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과 음란함은 여전히 말하기 어려운 주제지만, 이연식 강사는 미술사라는 틀 안에서 이를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다룬다. 야하다는 인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검열의 역사는 무엇을 말해주는지, 치밀하게 파고든다.
동서양을 비교하는 시각이 특히 흥미롭다. 서양의 나체화와 동양의 춘화는 같은 성적 주제를 다루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서양 미술이 이상화된 누드를 통해 욕망을 은폐한다면, 동양의 춘화는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이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영화와 문학 작품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상의 소설 '날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 '음란서생', '누드모델', '감각의 제국' 등이 미술 작품과 함께 분석된다. 시각예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음란함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구체적인 사례가 풍부하다.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 마네의 '올랭피아', 클림트의 '유딧', 신윤복의 춘화, 일본 우키요에까지. 작품 하나하나의 맥락을 꼼꼼히 설명하며, 왜 그 작품이 당대에 스캔들이었는지, 혹은 왜 금기를 깨뜨렸는지 밝힌다.
검열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이 강좌의 중요한 축이다. 남성 성기는 왜 무화과 잎으로 가려졌을까, 음모는 왜 그토록 민감한 문제였을까. 무엇이 가려지고 드러나는가를 보면 각 시대와 문화의 금기가 보인다.
■ 추천대상
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수 강좌다. 일반적인 미술사 책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실제로는 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제대로 된 미술사 이해를 위해서는 이 측면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을 가치가 있다. 현대미술에서 성과 욕망은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이 강좌는 그런 작품들을 이해하는 역사적 맥락을 제공한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이나 제프 쿤스의 작품이 왜 논란이 되는지, 그 계보를 알 수 있다.
성과 젠더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이 강좌는 남성의 시선으로 구성된 미술사를 들여다본다. 누드 모델의 역사, 팜므 파탈 이미지의 계보, 남성 화가들의 시선 등을 분석하며 페미니즘적 질문을 던진다.
한중일 문화 비교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흥미롭다. 세 나라의 춘화를 비교하며 각국의 성문화와 성 관념의 차이를 드러낸다. 일본의 요시와라 유곽, 중국의 전족 문화, 조선의 춘화가 각기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화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강의 곳곳에 인용되는 영화와 소설들이 미술 작품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는 것도 즐겁다.
다만 이 강좌는 성인 대상이다. 성적인 이미지와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루지만, 그럼에도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열린 마음과 비판적 사고를 가진 성숙한 수강생을 전제한다.
■ 수강팁
강의 순서대로 듣는 것을 권장한다. 1강에서 음란함에 대한 인식의 틀을 잡고, 2강 누드, 3강 금기와 검열로 이어지는 구조가 논리적이다. 이후 기독교 회화, 동아시아 춘화, 현대미술로 확장되는 흐름을 따라가면 전체 지형이 잡힌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성적인 이미지와 주제는 아무리 학술적으로 접근해도 불편할 수 있다. 그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 왜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금기시하는지 스스로 질문하며 듣는다면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직접 찾아보되, 검색할 때 주의하자. 일부 작품은 19금 콘텐츠로 분류될 수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보다는 미술관 웹사이트나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영화나 소설 중 관심 가는 것이 있다면 실제로 찾아보자. 이상의 '날개', 밀란 쿤데라의 소설, 구로사와 아키라의 '추문' 같은 작품들은 강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서양 춘화를 비교하는 6-7강이 이 강좌의 하이라이트다. 한중일 춘화의 차이점을 정리하며 듣는다면, 각국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강의를 들으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봤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고전 회화 속 나체들, 신화를 다룬 그림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순수하고 고상하다고 배웠던 작품들이 사실은 당대의 욕망과 금기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수강후기에서
"미술사 전공인데 이런 내용은 수업에서 한 번도 안 다뤘어요. 그런데 이게 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니. 제가 배운 미술사가 얼마나 검열된 버전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어요, 솔직히. 그런데 강의를 듣다 보니 제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우리가 배운 도덕관과 미적 규범에 대해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한중일 춘화 비교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일본 우키요에의 과장된 표현, 중국 춘화의 세밀함, 조선 춘화의 간결함이 각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게 신기했어요."
"마네의 올랭피아를 루브르에서 봤을 때는 그냥 유명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강의를 듣고 나니 왜 그게 스캔들이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제 미술관 가서 작품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아요."
"이연식 선생님의 담담한 어조가 좋았습니다. 선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정말 학술적으로 다루시더라고요. 덕분에 불편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미술사를 다시 보게 됐어요. 남성 화가들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대상화했는지, 팜므 파탈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비판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 마치며
미술사는 깨끗하고 고상한 것들만의 역사가 아니다. 욕망과 금기, 검열과 일탈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배워온 미술사는 그중 '보여줄 만한' 부분만 추려낸 편집본에 가깝다.
이 강좌는 그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것들을 복원한다. 음란함이라는 금기의 영역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미술이 욕망을 어떻게 재현하고 불러일으켰는지 탐구한다.
물론 이것은 편안한 여정이 아니다. 우리가 믿어온 통념들이 깨지고, 익숙한 작품들이 낯설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
동서양의 차이도 흥미롭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음란함을 규정하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했는가다. 무엇이 가려지고 드러나는가, 무엇이 예술로 인정받고 외설로 낙인찍히는가. 그 경계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에는 어떨까. 사진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미지의 유통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 은밀하게 감상되던 춘화와 달리, 오늘날 음란한 이미지는 클릭 한 번이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술의 음란함은 끝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것일까.
이연식 강사는 12시간에 걸쳐 이 모든 질문을 다룬다. 쿠르베에서 클림트까지, 혜원 신윤복에서 일본 우키요에까지. 음란함이라는 렌즈를 통해 본 미술사는 우리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금기를 깨는 용기가 있다면, 이 강좌가 당신을 기다린다. 미술사의 감춰진 이면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시작하자.
이연식(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