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록다운
|
■ 강의개요
조선시대 그림은 단순한 시각 예술이 아니라 문학과 철학이 결합된 인문학의 총체였다. 시서화 일체를 추구한 조선의 지식인들은 그림 속에 유교 경전의 가르침을 담았고, 중국 고전 문학의 명장면을 재해석했으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본 강의는 옛 그림을 감상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이었던 한시문을 상세히 풀이하며, 그림에 담긴 문학적 의미를 해독한다.
8강 32교시로 구성된 이 강좌는 조선시대 회화 명품들과 그 속에 담긴 문학작품을 함께 다룬다. 수백 년 동안 반복해서 그려진 명시구부터 꿈을 소재로 한 환상적 표현, 도연명과 이백 같은 대문호의 이미지, 주자학의 상징인 무이구곡, 역사 속 교훈을 전하는 고사 인물,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교화 그림까지 폭넓게 살핀다. 그림과 글의 조합 양상, 그리고 이들이 추구한 주제를 아우르며 조선 지식인의 내면에 접근하는 지적 여정을 시작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을 문학 텍스트와 함께 읽어낸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그림의 향유자는 지적·경제적 권력을 가진 사대부 계층이었고, 그들에게 그림은 학업의 주된 텍스트였던 유교 경전이나 중국 문학을 시각화한 이미지였다. 따라서 문학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그림의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
강의는 그림과 문학의 결합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1-2강에서는 명시명구와 꿈의 문학이 어떻게 회화로 표현되었는지 살핀다. 허필의 <두보시의도>처럼 시의 서정을 시각화한 그림들, 장자의 호접몽부터 국왕의 꿈까지 초현실적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3-4강에서는 도연명, 이백, 소동파 같은 대문호와 주자, 율곡 같은 철학자의 이미지를 다룬다. 이들은 조선시대에 일종의 스타였고, 그들의 문학작품을 배경으로 한 그림은 향유층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창이었다. 5강에서는 강태공, 부윤 등 중국 고사 인물과 우리 역사의 전쟁 기록이 어떻게 서사적 그림으로 재탄생했는지 확인한다.
6-7강은 시와 그림의 상보효과를 집중 조명한다. 강세황, 박제가, 김정희 등 조선 문인화가들이 어떻게 시와 그림을 결합해 하나의 정신적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는지, 그리고 삼강행실도 같은 교화 그림이 어떻게 정치적 표상 전달의 도구로 활용되었는지 분석한다. 8강에서는 모란도, 오봉병도 등 민화 계열 작품 속 행복 기원의 전통을 문학적 맥락에서 해석한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조선시대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특히 미술관에서 옛 그림을 보며 그림 옆에 쓰인 한시가 궁금했던 사람,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싶은 학습자에게도 추천한다. 이 강의는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교 철학, 중국 고전 문학, 한국 문화사를 아우른다. 한 폭의 그림 속에서 동아시아 지식인의 정신세계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에 관심 있는 사람, 조선시대 사대부의 내면과 문화 감각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전통 예술에 담긴 정치적·철학적 메시지를 읽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강의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수강팁
강의를 듣기 전에 조선시대 회화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전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강사의 자세한 설명을 따라가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강의가 다루는 그림의 수가 많고 폭이 넓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강을 몰아서 듣기보다는 한 강씩 천천히 소화하는 것을 권한다.
강의 중에 언급되는 한시는 강사가 풀이해주지만, 미리 해당 시의 원문과 번역을 찾아보면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 특히 두보, 이백, 도연명 같은 시인의 대표작을 몇 편 읽어두면 강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자. 그림 속 인물, 시구, 역사적 배경 등을 정리해두면 나중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실물 작품을 감상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참고문헌으로 제시된 고연희 교수의 『그림, 문학에 취하다』를 함께 읽으면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확장하는 데 유용하다.
강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단조로운 편이라는 평이 있으니, 늦은 밤보다는 집중력이 좋은 낮 시간에 듣는 것을 추천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 강의가 조선시대 그림을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림 너머의 생각들을 배울 수 있었다", "조선 옛 지식인의 서가에 초대받은 기분"이라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학과 그림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정신적 주제를 전달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구체적으로 2강의 꿈의 문학과 회화, 5강의 역사 서사 그림, 7강의 정치적 표상 분석이 특히 흥미로웠다는 의견이 눈에 띈다. 한 수강생은 "부열이 왕에게 한 이야기가 씁쓸했다"며 그림 속 역사가 현재와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강의 후 참고문헌을 즉시 구매했다며, 책으로 복습하면 이해가 더 깊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지적되었다. 다루는 그림의 수가 많다 보니 하나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듣고 싶을 때 다음 그림으로 빠르게 넘어간다는 의견, 조선시대 회화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면 따라가기 어렵다는 의견, 강사의 차분한 목소리 톤이 다소 단조로워 집중하기 힘들 때가 있다는 의견 등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강의의 학술적 깊이와 인문학적 가치는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마치며
조선시대 그림은 붓끝에서 탄생한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당대 지식인의 학문과 철학, 정치적 신념과 미적 감각이 집약된 문화유산이다. 이 강의는 그림에 담긴 문학적 내면을 해독함으로써,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 사대부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연다.
12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지만, 한 강 한 강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옛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림 속 한시가 더 이상 낯선 기호가 아니라 생생한 메시지로 다가오고, 인물 하나하나가 역사적 맥락과 문학적 배경을 가진 존재로 보이기 시작한다.
시서화 일체의 전통 속에서 조선 지식인들이 추구했던 이상과 현실, 도덕과 욕망, 교화와 저항의 이중주를 만나보자. 고연희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섬세한 분석이 안내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미술 강의를 넘어 조선시대 인문학 전반을 이해하는 완벽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고연희(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선후기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당시 산수기행시문의 비교 연구로 국문학 박사 학위를,
한국과 중국의 화조화 이미지 속 정치성의 연구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시카고대 동아시아 미술연구소에서 연구하였고,
홍익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