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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전문적인 분석과 평점은 더 이상 권위 있는 정답이 아니다. 대중은 저마다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며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에 대한 절대적 평가는 없는 것인가? 엄밀히 말해 영화에 절대적 점수를 부여할 수는 없다. 감독의 의도나 영상의 완벽함을 떠나 영화는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가 재창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영화에 대한 직관적 평가만이 드러난 1차적 재창조이다. 다음으로 평론가의 2차적 재창조가 발생한다.
평론가는 영화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절대적 평가를 내린다. 영화 기반에 깔려 있는 철학과 미학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 역사와 현 사회를 바탕으로 유효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분리한다. 이로써 영화를 비롯한 문화의 진보를 이루고 문화적 진실을 꿰뚫을 수 있는 대중의 문화의식 또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때 영화 보기를 잠자는 것만큼이나 좋아한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평론가가 된 이후의 나에게는 영화를 사랑하는 태도보다 평론이라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필요했다. 괴롭지만 그 두 가지 태도가 늘 평화롭게 공존했던 것은 아니다. 결국 영화에 관한 사랑도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놓고 토론하는 가운데 표현되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사랑하지만 세상의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영화를 좋아했다면 그 좋아하는 감정이 영속될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니 영화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때 흥분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과 영화 사이에 어떻게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김영진,『평론가 매혈기』 '평론가의 각오' 중에서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3단계를 언급했다. 첫 단계는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기 시작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세 번째 단계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 이러한 점에서 평론가는 영화를 사랑하는 두 번째 단계를 공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씨네필로 시작하여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로 풀어내고, 이로써 영화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평론가의 순수한 열정! 평론가 지망생 뿐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강좌는, 영화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길러주는 동시에 영화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더욱 확신시켜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진(영화평론가, 명지대 교수)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영화과에서 영화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석사를 마칠 무렵인 1992년 영화평론을 시작하여, 1995년 영화주간지 「씨네21」 창간 때부터 기자로 일했으며, 2000년부터는 「필름2.0」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