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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민담
신화와 민담 모두 오래된 이야기다. 다만 둘은 차이가 있다. 민담이 구전된 이야기라면, 신화는 일찍이 문자로 정착된 이야기다. 따라서 신화에는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의 특성이나 특정 민족의 의식화 과정과 직결된 민족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반면 민담에는 구전되는 동안 지역적, 민족적 특성이 사라지고 모든 민족들이 유사하게 갖고 있는 보편적 특성만 남는다. 민담과 신화의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둘은 단순히 오래된 이야기를 넘어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이 신화와 민담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가르침을 준다. 이 강좌는 민담과 신화의 심오한 세계로 첫 발을 내딛게 한다.
「황금새」와 『오이디푸스 왕』
1-2강에서 살핀 민담과 신화의 특징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3-4강에서는 그림형제의 「황금새」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분석함으로써 칼 융의 분석심리학적 접근을 이해하고 적용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황금새」에서 황금의 의미, 여우의 등장과 도움 그리고 죽음이나, 『오이디푸스 왕』에서 버려짐, 신탁, 스핑크스의 질문과 같은 요소들은 모두 해석을 수반하는 중요한 상징들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 또한 인격화된 개인이기보다는 하나의 보편적 인물상으로, 우리는 이들을 통해 인간의 ‘의식화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 반복, 본능의 힘 등이 갖는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민담과 신화 해석의 목적
「황금새」의 어리바리했던 셋째가 모험을 완수하고 왕국으로 돌아오는 과정 그리고 『오이디푸스 왕』의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과정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의식이라 할 수 있는 인격의 완성과 실현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텍스트는 변화와 새로움에 반응하는 것, 본능에 귀 기울이는 것, 남성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 무의식과 의식의 조화를 이루는 것 등과 관련하여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이렇듯 신화와 민담은 인간의 정신 구조 안에 원래 가지고 있던 목적이나 의도를 이야기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좀 더 성숙한 자아로 성숙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화와 민담을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유이다.이유경(정신분석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철학, 민속학,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취리히 C.G. 융 연구소를 졸업하여 국제 융학파 정신분석가 자격을 취득했다(1995년). 현재 국제 융학파 정신분석가 협회 정회원이며 교육분석가로서 분석심리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C,G.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하여 정신치료 및 교육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