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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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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불안하고 우울할 때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선율에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경험이 있는가. 세대를 초월하여 전승되는 위대한 작품을 뜻하는 클래식은 그 형식적 완벽함으로 몇백 년간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점만으로는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된 인류의 애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정윤수 교수의 이번 강의는 클래식 300여 년의 역사를 당대의 정치, 사상, 문학, 예술, 도시 문화와 함께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클래식은 역사다. 시대가 압축되어 있는 역사의 장이다. 갖가지 악기들이 어우러진 조화 속에는 당대의 가치관과 풍토, 열망이 담겨 있고, 그에 치열하게 반응했던 음악가의 희열과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흐에서 현대 음악가까지, 바로크부터 20세기까지, 우리는 클래식을 통해 단순한 음악이 아닌 시대를 듣는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을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서 읽어낸다는 점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대를 담아낸 바흐, 혁명의 한복판에 존재했던 모차르트와 베토벤, 억압과 권태의 시대를 살다 간 슈베르트, 제국주의 시대의 브람스와 바그너, 민족주의 시대의 차이코프스키, 세기말 비엔나의 말러, 전쟁의 시대를 관통한 쇼스타코비치까지. 각 음악가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을 촘촘하게 재구성한다.
10년 이상 클래식 강좌를 진행해 온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클래식에 내재한 부조화와 불협화음에 주목한다. 문학, 그림, 연극은 전위적 예술로 인정받아 왔지만, 유독 클래식만은 한가로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교양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명곡들에는 형식미를 넘어선 충돌의 비틀거림이 내포되어 있다. 별다른 성찰 없이 시류에 편승한 음악은 아무리 아름다운 선율을 표방해도 불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의는 문학, 미술, 건축, 경제, 정치를 망라한 총체적 문화 속에서 클래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프랑스 혁명과 베토벤, 비더마이어 시대와 슈베르트, 나치즘과 쇼스타코비치처럼 시대와 음악의 연결고리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 추천대상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음악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 강의는 최고의 입문서다.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300년 음악사의 흐름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유럽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프랑스 혁명, 빈 체제, 독일 통일, 세계대전, 냉전 같은 역사적 사건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를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에서 파악하게 된다.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강의가 많은 영감을 준다. 예술이 시대에 어떻게 반응하고 저항하며 공명하는지, 형식과 내용의 긴장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다.
단순히 클래식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음악을 듣는 귀가 달라지고, 시대를 읽는 눈이 생긴다.
■ 수강팁
강의에서 다루는 음악을 미리 들어보거나, 강의와 함께 들으면 훨씬 이해가 깊어진다. 바흐의 평균율,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말러의 교향곡 같은 대표곡들을 찾아 듣기를 권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 강의가 특정 시대와 음악가를 집중적으로 다루므로, 관심 있는 음악가나 시대부터 들어도 좋다. 베토벤에 관심 있다면 2강부터, 말러가 궁금하다면 6강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순서대로 듣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유리하다.
강의 중간중간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과 문화 현상을 메모하면서 듣기를 권한다. 프랑스 혁명, 빈 체제, 비더마이어 시대, 아르누보 운동 같은 배경 지식이 쌓이면 클래식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 마치며
클래식에 심취한 나머지 우리는 때때로 내부에서 역류하는 듯한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과거로부터 나를 경유한 후 다시 후대에까지 유전되는 어떤 인자가 내 피 속에 도사리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 우리가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렇듯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클래식은 시공간을 넘어선 환영이자 비밀이다. 바흐의 화성 속에는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대의 긴장이, 베토벤의 선율 속에는 혁명의 열정이, 슈베르트의 가곡 속에는 억압된 개인의 좌절이 담겨 있다. 우리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듣는다.
이 강의를 통해 클래식이라는 위대한 텍스트를 보고 듣고 느껴보자. 형식의 완벽함 너머에 있는 충돌과 비틀거림을, 조화로운 선율 속에 숨은 부조화와 불협화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클래식이 수백 년을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식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윤수(문화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문화사회학을 전공했다.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논설위원 및 문화스포츠 담당 편집위원(2003년), 인문예술단체 풀로엮은집의 사무국장(2005년), 서울시 문화정책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문화평론가인 그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씨네21], [월간 음악] 등에 오랫동안 클래식을 포함한 인문 예술 전반에 걸쳐 비평과 칼럼을 써왔다. 성공회대학교 및 여러 기관,교육 단체에서 10년 이상 클래식 강좌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