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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윤리
이번 강좌에서는 문학의 필요성, 사회적 기능, 문학의 윤리에 대한 문제까지 거대하지만 세심한 질문들에 하나씩 접근한다. 하나의 거대한 논리, 거대한 체계보다 우리를 더 잘 말해주는 것은 가장 사적인 이야기들일 것이다. 가장 사적인 아픔들, 가장 사적인 기쁨들. 사람들은 문학을 통해 다른 사람(작가)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윤리일 것인데 문학은 우리 공동체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가까이서 보여준다.
사람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꿈꾸고 무엇인가를 노래하며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 그것은 사랑일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며,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꿈꿀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 꿈들, 사랑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빨리 포기하기엔 이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러한 현대성에 저항하며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시인들
서양에 보들레르가 있다면 한국에도 요절한 천재 시인 진이정이 있고, 최승자, 최정례가 있다. 이들은 가장 사적인 아픔, 슬픔을 가장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언어로 끌어올렸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을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여 외면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매달려 살아간다. 하지만 시인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로써 타자와 소통할 줄 아는 존재들이다. 진이정은 자신의 고향인 기지촌(퇴폐의 공간)을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했고 최승자는 갑자기 라면 먹고 싶은 날이 찾아오듯 문학을 한다는 것, 고향을 생각한다는 것이 소스라치게 버거움을 노래했다.
현실에서 가장 나약한 우리들, 시인들은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의 쓸쓸함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 그렇게 하나의 시는 하나의 세계이며 우주가 된다.
시인의 시간, 밤
시인의 시간은 밤이다. 현실의 문제, 생존 경쟁의 낮의 시간에서 벗어나 시인은 밤의 시간에 가장 순수한 자기를 만난다. 그 자기란 기괴한 모습일 수도 있고 추악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애써 감추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그것은 문학인과 문학의 윤리이며, 자본과 경쟁의 논리로만 억압된 우리를 해방시켜 다른 세계,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내보여준다. 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건설한 새로운 세계로의 비상, 한국 문학계의 거장 황현산 선생과 함께 떠나보자.
황현산(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황현산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프랑스 현대시를 연구하는 가운데 ‘시적인 것’, ‘예술적인 것’의 역사와 성질을 이해하는 일에 오래 집착해 왔으며, 문학비평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저서에 『얼굴 없는 희망』, 『말과 시간의 깊이』, 『아폴리네르 ‘알코올’의 시세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랭세의 『프랑스 19세기 문학』(공역), 『프랑스 19세기 시』(공역),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말라르메의 『시집』,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등이 있다. 번역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지니고 이와 관련하여 여러 편의 글을 발표하였으며,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퇴임하였으며 현재 명예교수이다.